맹목의 덫 제8화 - 재가 되어버린 진실과 사투
저택을 집어삼킨 불길은 모든 것을 재로 만들 기세로 하늘을 찔렀다.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읍내의 새벽을 찢어발겼지만, 엄마는 그 소란을 뒤로한 채 도준을 부축하며 숲길로 숨어들었다. 타버린 머리카락 냄새와 그을린 옷가지는 그녀가 지옥에서 방금 빠져나왔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품 안의 도준은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듯 축 처져 있었고, 엄마의 손에는 국회의원 아들에게서 빼앗은 소녀의 휴대폰이 생명줄처럼 꽉 쥐어져 있었다.
무너진 권력의 역습, 읍내에 깔린 포위망
날이 밝자 읍내의 분위기는 어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험악해졌다. 유력자의 저택에 불이 나고 국회의원 아들이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은 단순한 사고를 넘어 '테러'로 규정되었다. 경찰은 즉각 비상경계태세에 돌입했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약재상 엄마를 지목했다. 그녀가 도준과 함께 사라졌다는 사실은 그들의 심증을 확신으로 바꿨다. 평소 엄마를 무시하던 순경들까지 총을 차고 읍내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쥐구멍 하나 보이지 않는 완벽한 포위망이었다.
엄마는 읍내 변두리, 버려진 비닐하우스 창고에 몸을 숨겼다. 도준은 열이 나기 시작했고,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엄마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 도준을 덮어주며 가슴속에 숨겨온 휴대폰을 꺼냈다. 액정은 깨졌지만 다행히 전원은 들어왔다. 그 안에는 국회의원 아들이 소녀를 고문하고 몰아넣는 잔인한 영상뿐만 아니라, 그 배후에서 사건을 조작하도록 지시한 국회의원의 음성 파일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것은 그들을 단번에 무너뜨릴 핵폭탄이었지만, 동시에 엄마와 도준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사형선고이기도 했다.
그때, 창고 밖에서 낙엽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는 소매 속에 숨겨두었던 전정 가위를 움켜쥐고 숨을 멈췄다. 문틈 사이로 비친 것은 경찰이 아니었다. 온몸에 화상을 입어 흉측한 몰골을 한 진태였다. 그는 불길 속에서 살아남아 증오에 가득 찬 눈으로 엄마를 찾아낸 것이다. "아줌마... 혼자만 살려고 했어? 그 휴대폰, 내 지분도 있다는 거 잊었나 본데." 진태의 손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들려 있었고, 그의 광기는 이미 인간의 이성을 넘어선 상태였다.
막다른 길에서의 결단, 독을 품은 어머니
"진태야, 진정해. 우린 같은 배를 탄 거야." 엄마는 침착하게 말을 건넸지만, 이미 진태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오직 돈과 복수에 눈이 멀어 있었다. 진태가 달려드는 순간, 엄마는 도준을 감싸 안으며 바닥을 굴렀다. 낡은 창고 안에서 처절한 육박전이 벌어졌다. 엄마는 늙고 지쳤지만, 자식을 지켜야 한다는 본능은 그녀의 근육 하나하나를 폭발적인 힘으로 채웠다. 그녀는 진태의 손목을 비틀어 칼을 떨어뜨리게 한 뒤, 미리 준비했던 약재 가루를 그의 눈에 뿌렸다.
진태가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하는 사이, 엄마는 도준을 깨워 일으켰다. "도준아, 정신 차려! 여기서 나가야 해!" 하지만 창고 밖에는 이미 경찰차의 경광등이 번쩍이고 있었다. 국회의원 측의 사주를 받은 경찰들이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었다. 진태를 처리한다고 해도 경찰의 포위망을 뚫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엄마는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이 증거를 세상에 알리지 못한다면 도준은 영원히 살인자로 남거나, 혹은 차가운 시신이 되어 발견될 터였다.
엄마는 최후의 도박을 결심했다. 그녀는 휴대폰의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진태와 경찰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기 전까지 단 3분. 그 시간은 엄마에게 영겁의 세월과도 같았다. 98%, 99%... 마침내 업로드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떴을 때, 엄마는 휴대폰을 바닥에 내팽개쳐 발로 짓밟아 부수어버렸다. 이제 실물 증거는 사라졌고, 진실은 온라인의 바다를 떠돌게 되었다. 그녀는 도준의 손을 꼭 잡고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광장의 심판과 뒤바뀐 운명
창고 문이 열리고 수십 발의 총구가 엄마와 도준을 겨냥했다. 경찰서장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휴대폰 내놔. 그럼 아들 목숨만은 살려주지." 엄마는 빈손을 들어 보이며 기괴하게 웃었다. "늦었어. 이미 세상 사람들이 당신들의 추악한 얼굴을 다 보고 있거든." 그 순간, 현장에 있던 경찰들의 무전기에서 긴박한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실시간으로 폭로된 영상과 녹취록이 전국으로 퍼져나가며 본청에서 직접 수사대가 파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상황은 반전되었다. 도준을 잡으려던 경찰들은 당황하며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서장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주저앉았다. 엄마는 그 혼란을 틈타 도준의 귀를 막아주었다. "이제 끝났어, 도준아. 이제 아무도 우리 괴롭히지 못해."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엄마의 가슴께에서 붉은 꽃이 피어올랐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진태가 뒤에서 칼을 휘두른 것이었다. 엄마는 비틀거리면서도 도준의 손을 놓지 않았다.
엄마는 쓰러지면서도 도준의 얼굴을 만졌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 대신 깊은 평온함이 서려 있었다. 아들의 결백을 증명했고, 악을 심판했다. 비록 자신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었지만, 그것은 아들을 위한 가장 숭고한 희생이라 믿었다. 읍내의 안개는 마침내 걷히기 시작했고, 떠오르는 태양은 피로 물든 엄마의 옷자락을 비추었다. 도준은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의 품에 안겨 울고 있었다. 이것은 잔혹한 모성이 이뤄낸, 가장 슬프고도 완벽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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