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의 덫 제2화 - 타오르는 진실과 씻기지 않는 흔적

고물상에서 피어오른 불길은 밤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엄마는 멀리서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며 자신의 손에 묻은 핏기를 무감각하게 내려다보았다. 비릿한 쇠 냄새와 매캐한 연기가 코끝을 찔렀지만, 그녀의 마음은 기괴하리만큼 차분했다. 노인이 뱉어냈던 그 잔혹한 증언은 이제 잿더미 속에 영원히 묻혔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저지른 파괴는 그녀에게 죄책감이 아닌, 일종의 신성한 의무 완수처럼 느껴졌다.

재 속에서 피어난 가짜 안도감

다음 날 아침, 읍내는 또다시 발칵 뒤집혔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지목되던 고물상 노인이 화재로 사망했다는 소식은 경찰 수사를 미궁으로 빠뜨렸다. 하지만 엄마에게는 기회가 왔다. 노인의 죽음이 사고사 혹은 자살로 위장되는 동안, 경찰은 새로운 용의자를 찾아야만 했다. 엄마는 약재상 구석진 욕실에서 밤새도록 자신의 옷을 빨았다. 문지르고 또 문질러도 사라지지 않는 환각 속의 핏자국은 그녀의 망막에 낙인처럼 찍혀 있었다.

며칠 후, 기적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사건 현장 인근에서 소녀를 뒤쫓던 또 다른 남자의 행적이 포착된 것이다. 그는 마을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던 외지인이었다. 경찰은 도준 대신 그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도준은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이 결정되었다. 엄마는 경찰서 정문 앞에서 도준을 기다리며 떨리는 두 손을 맞잡았다. "우리 도준이, 이제 집에 가자." 교도소 문을 나서는 도준은 평소처럼 해맑게 웃으며 엄마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엄마는 아들을 안은 팔에 힘을 주며 깨달았다. 자신이 구한 것은 아들의 육체일 뿐, 영혼은 이미 어둠에 저당 잡혔다는 사실을.

어두운 밤, 모든 진실을 삼킬 듯이 맹렬하게 타오르는 읍내 고물상


천진함이라는 이름의 날카로운 칼날

집으로 돌아온 도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행동했다. 엄마가 차려준 따뜻한 밥을 허겁지겁 먹고, 동네 친구 진태를 만나러 나가겠다며 떼를 썼다. 엄마는 그런 도준의 뒤를 쫓으며 그가 혹시라도 고물상 근처로 가지는 않을지, 누군가에게 그날 밤의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을지 전전긍긍했다. 도준의 천진난만함은 이제 엄마에게 가장 무서운 무기가 되어 돌아왔다. 아들이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가 공들여 쌓아 올린 거짓의 성벽을 무너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저녁, 도준은 방 안에서 낡은 침통 하나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엄마가 가장 아끼던, 은으로 된 수침들이 가득 든 침통이었다. "엄마, 이거 고물상 할아버지네 집에 떨어져 있더라. 내가 주워왔어." 도준의 그 한마디에 엄마의 심장은 차가운 얼음물 속에 잠긴 듯 굳어버렸다. 아들은 그날 밤의 화재 현장에 엄마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엄마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두 지켜보았을지도 모른다. 도준은 여전히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미소는 엄마의 숨통을 조여오는 올가미와 같았다.

망각을 향한 처절한 춤사위

엄마는 자신의 허벅지를 손톱으로 파고들며 비명을 참아냈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 저지른 살인이 아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면, 그것은 구원이 아니라 영원한 형벌이었다. 그녀는 결심했다. 아들의 기억에서, 그리고 자신의 기억에서 그날 밤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려야 했다. 그녀는 약재상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금기시되는 혈자리에 대해 떠올렸다. 인간의 고통스러운 기억만을 선택적으로 지워준다는 망각의 침. 하지만 그 침은 시술자 본인에게도 치명적인 대가를 요구하는 위험한 것이었다.

마을 부녀회의 관광버스가 출발하는 날, 엄마는 화려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은 흥겨운 유행가와 아주머니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하지만 엄마의 시선은 창밖의 석양 너머, 자신이 불태웠던 고물상의 잔해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몰래 자신의 치마를 걷어 올리고 날카로운 은침을 허벅지 깊숙이 찔러 넣었다. 통증과 함께 눈물이 터져 나왔지만,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노래 가사와 반대로 흐르는 눈물은 그녀가 마지막으로 흘리는 인간의 감정이었다. 이제 버스가 터널을 지나면, 그녀는 아들을 위해 괴물이 된 사실조차 잊은 채 다시 '평범한 엄마'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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