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의 덫 제1화 - 작두날 끝에 맺힌 핏빛 자애

읍내의 공기는 늘 한약재의 비릿하고도 알싸한 향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중심에는 낡은 간판을 내건 약재상이 있었고, 그곳에는 평생을 작두질로 살아온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손은 기계처럼 일정하게 움직였다. 서걱, 서걱. 말린 약초가 잘려 나가는 소리는 고요한 가게 안에서 유일한 생동감이었다. 그녀의 시선은 정면의 빈 허공을 향해 있었지만, 신경은 온통 길 건너편에서 강아지와 뒹굴며 노는 아들 도준에게 가 있었다.

세상에 단둘뿐인 모자의 위태로운 평화

스물여덟의 도준은 덩치만 커진 어린아이였다. 세상의 복잡한 규칙이나 타인의 악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그의 맑은 눈망울은 엄마에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지켜주고 싶은 보석인 동시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엄마는 도준이 읍내를 배회하다 자잘한 사고를 칠 때마다 가슴을 졸였다. "도준아, 차 조심해라!", "누가 주는 거 함부로 먹지 마라!" 엄마의 목소리에는 자애로움보다 지독한 집착과 불안이 더 깊게 서려 있었다. 그녀에게 도준은 단순히 자식이 아니라, 자신의 몸 밖에 나와 있는 유일한 심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읍내 사람들에게 도준은 그저 '모자란 놈' 혹은 '애물단지'였다. 이웃들의 가벼운 무시와 냉소적인 시선은 엄마의 피부를 날카로운 종이에 베인 듯 매일같이 상처 냈다. 그럴수록 엄마는 작두날을 더 서슬 퍼렇게 갈았다. 아들을 향한 비난을 막아줄 방패가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약재상 안의 어두컴컴한 그림자는 마치 다가올 비극을 예견하듯 점점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

안개 속의 비명, 무너져 내린 모성

그러던 어느 날, 읍내를 집어삼킨 짙은 안개 사이로 끔찍한 소식이 전해졌다. 마을의 한 소녀가 폐건물 옥상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평온하던 마을은 순식간에 공포와 의심의 도가니로 변했다. 그리고 그 의심의 화살은 가장 약하고 소외된 곳, 바로 도준을 향해 날아들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낡은 골프공 하나가 도준의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찰은 수갑을 채웠다. 취조실 조명 아래서도 도준은 그저 배가 고프다며 해맑게 웃었지만, 그 웃음은 엄마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경찰은 실적을 위해 수사를 서둘러 종결지으려 했고, 돈만 밝히는 무능한 변호사는 도준의 결백보다는 형량을 줄이는 데만 급급했다. "우리 애는 개미 한 마리 못 죽여요! 제발 내 말 좀 들어보라고요!" 엄마는 경찰서 복도에서 무릎을 꿇고 절규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침묵뿐이었다. 세상 그 누구도 아들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엄마의 눈빛에서 자애로움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는 새끼를 뺏긴 짐승의 안광과도 같은 광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결국 작두를 내려놓고 어둠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법이 아들을 버렸다면, 자신이 직접 법이 되어 아들을 구하리라 다짐했다. 그녀는 도준이 다녔던 골목길, 소녀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장소들을 이 잡듯 뒤지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흙탕물을 뒤집어쓰며 단서를 찾는 그녀의 모습은 이미 평범한 어머니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괴물이 되겠다는 선전포고와 같았다.

진실보다 무거운 구원, 광기의 시작

추적의 끝에서 그녀는 읍내 변두리의 낡은 고물상 노인을 마주하게 된다. 노인은 그날 밤의 목격자였다. 노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도준의 결백을 증명해 줄 유일한 열쇠라고 믿었던 엄마는 숨죽여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노인이 꺼낸 진실은 엄마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무거운 것이었다. 진실은 때로 구원이 아니라 파멸의 시작임을, 엄마는 그제야 직감하기 시작했다.

노인의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엄마는 선택해야 했다. 아들을 감옥으로 보낼 진실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그 진실을 영원히 어둠 속에 묻어버릴 것인가. 엄마의 손이 주변에 놓인 무거운 쇳덩이를 향해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움직였다. "그래, 도준이는 아무 잘못 없어. 엄마가 다 해결할게."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고물상의 정막이 깨졌고, 그녀의 옷자락에는 붉은 꽃이 피어났다. 그것은 아들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이 빚어낸 잔혹한 결과물이었다.

이제 돌아갈 길은 없었다. 엄마는 불을 질러 노인과 함께 모든 진실을 태워버렸다.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그녀는 도준의 얼굴을 떠올렸다. 자신이 저지른 피의 세례가 아들에게는 평온한 일상이 되기를 기도하며, 그녀는 천천히 춤을 추듯 불길 앞을 서성였다. 읍내의 안개는 여전히 걷히지 않았고, 그 안개 속에서 한 여자의 모성은 기괴한 괴물로 변모해 가고 있었다. 이것은 구원을 향한 여정이자, 동시에 스스로를 지옥으로 몰아넣는 비극의 서막이었다.

작두날 끝에 맺힌 핏빛 자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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