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의 덫 제6화 - 그림자들의 밀약과 뒤바뀐 추적

새벽 공기는 성에가 낀 것처럼 차가웠고, 약재상 '보경당'의 낮은 천장 아래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엄마는 작두날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눈앞의 진태를 응시했다. 진태는 도준의 친구라기엔 너무나 영악했고, 적이라기엔 지나치게 비겁했다. 하지만 지금 엄마에게는 그 비겁함조차 이용해야 할 도구가 되었다. 진태가 알고 있다는 '진짜 범인'의 정체는 읍내의 공기를 한순간에 얼어붙게 만들 만큼 거대한 이름이었다.

악마의 동맹, 읍내의 유력자들

진태가 입을 뗐다. "아줌마, 그 영상에 나온 점퍼 소매 말이에요. 도준이 것만 있는 게 아니에요. 읍내 국회의원 아들 놈, 그놈도 똑같은 점퍼를 입고 있었다고요." 진태의 말은 폭탄과도 같았다. 읍내에서 국회의원 집안은 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였다. 경찰이 왜 그렇게 서둘러 도준을 범인으로 몰아 사건을 덮으려 했는지, 왜 무능한 변호사가 입을 닫았는지 모든 조각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도준은 처음부터 그들의 안위를 위해 던져진 미끼에 불과했던 것이다.

엄마는 분노로 온몸이 떨렸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상대는 거대했고, 자신은 작두 하나를 든 과부일 뿐이었다. 하지만 자식을 잃을 위기에 처한 어미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그 집안을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자는 거니?" 엄마의 물음에 진태는 비열하게 웃었다. "협박이라니요, 공조라고 해두죠. 아줌마는 도준이 결백을 증명하고, 나는 내 몫을 챙기고. 서로 좋은 거 아닙니까?" 진태의 제안은 달콤했지만, 그 뒤에는 독이 든 바늘이 숨겨져 있었다.

두 사람의 위험한 공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엄마는 진태가 시키는 대로 국회의원 저택 주변을 살피고, 소녀와 그 집 아들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기로 했다. 읍내 사람들은 여전히 엄마를 살인자의 어미라 손가락질했지만, 이제 그녀에게 그들의 시선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엔 오직 아들의 방을 비추는 따스한 아침 햇살을 되찾겠다는 일념뿐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저택에 다가갈수록, 읍내의 밑바닥에 숨겨진 더러운 악취는 더욱 진해져만 갔다.

저택의 높은 담벼락 뒤에 숨겨진 추악함

엄마는 약초를 배달한다는 핑계로 국회의원 저택의 뒷문을 두드렸다. 화려한 정원과 높은 담장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도준과 자신이 사는 낡은 읍내와는 다른 행성 같았다. 저택의 안주인은 차가운 눈빛으로 엄마를 맞이했다. "약만 두고 가세요. 길게 이야기할 것 없으니." 하지만 엄마는 예리한 눈으로 거실 한구석에 놓인 사진첩을 훑었다. 그곳에는 국회의원 아들이 도준과 똑같은 한정판 점퍼를 입고 웃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소름이 돋았다.

저택에서 나오던 길, 엄마는 정원 구석에서 소녀의 머리핀과 비슷한 장신구를 발견했다. 심장이 요동쳤다. 소녀는 죽기 전 분명 이곳에 있었다. 도준이 소녀를 쫓아간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이곳에서 도망치는 소녀를 도우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가느다란 희망이 피어올랐다. 그러나 그 희망은 이내 거대한 공포로 바뀌었다. 저택의 2층 창문에서 누군가가 엄마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의 국회의원 아들, 그의 눈은 이미 인간의 그것이 아닌 포식자의 안광을 띠고 있었다.

엄마는 걸음을 재촉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가 자신을 쫓고 있다는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읍내의 골목은 이제 미로처럼 복잡해졌고, 어제까지 다정하던 이웃의 대문은 거대한 성벽처럼 느껴졌다. 엄마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 든 은침을 꽉 쥐었다. 이제 사냥꾼은 자신이 아니라 저들이었고, 그녀는 새끼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함정이 되어야 했다. 진태에게 이 사실을 알리러 가는 길, 전화기 너머로 진태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언덕 위, 비밀을 간직한 듯 거대하고 차가운 유력자의 저택


사라진 협력자, 다시 시작된 고립

"아줌마! 도망쳐요! 그놈들이..." 진태의 목소리는 거친 마찰음과 함께 끊겼다. 엄마는 골목 한복판에 멈춰 섰다. 진태조차 당해낼 수 없는 힘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그녀의 곁에는 돈만 밝히던 양아치 진태도, 도움을 청할 경찰도 없었다. 오직 아들 도준과 자신, 그리고 핏빛으로 물든 진실만이 남았다. 엄마는 집으로 달려갔다. 도준이 무사하기만을 빌며 문을 열었을 때, 방 안에는 도준 대신 국회의원의 비서관이 앉아 있었다.

"자제분이 산책을 나갔는데, 저희 집안과 조금 긴 대화를 나눠야 할 것 같아서요." 비서관의 정중한 목소리는 그 어떤 위협보다도 공포스러웠다. 아들이 인질로 잡혔다. 엄마는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지만, 이내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공포가 아닌, 아들을 건드린 자들을 향한 무자비한 증오였다. "우리 도준이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으면, 당신들 전부 이 작두로 썰어버릴 거야."

엄마의 선전포고에 비서관은 비웃음을 흘리며 서류 가방 하나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도준의 지문이 가득 묻은 소녀의 유품들이 들어있었다. 조작된 증거였다. 그들은 언제든 도준을 다시 감옥으로 보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이제 엄마는 선택해야 했다. 아들의 죄를 뒤집어쓰고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마을 전체를 불태워서라도 진실을 폭로할 것인가. 새벽이 오기 전, 엄마는 생애 가장 길고 잔인한 밤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침통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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