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의 덫 제37화 - 잔해 속의 박동, 뒤바뀐 구원
지하 연구소의 자폭은 지상의 건물을 통째로 집어삼킬 만큼 강력했다. 거대한 폭발음이 멎은 후 남은 것은 매캐한 분진과 차가운 침묵뿐이었다. 제문은 다리의 통증도 잊은 채 무너진 잔해 속으로 몸을 던졌다. 손톱이 뒤집히고 손가락 끝에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그는 미친 듯이 돌무더기를 파헤쳤다. "도준아! 대답해! 살아있다고 말해, 이 자식아!" 제문의 절규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그때, 거대한 콘크리트 판 아래에서 희미한 기침 소리와 함께 피 묻은 손 하나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도준의 작두를 쥐고 있던 그 손이었다.
생존의 무게: 누구를 위한 숨결인가
제문은 사력을 다해 판을 들어 올렸다. 그 아래에는 두 명의 소년이 엉켜 있었다. 도준은 자신의 몸으로 소년 '신-01호'를 감싸 안은 채 잔해를 버텨내고 있었다. 도준의 등은 무너진 구조물에 찍혀 처참하게 으스러졌지만, 소년은 기적적으로 찰과상만을 입은 상태였다. 도준은 의식이 흐릿한 와중에도 제문의 옷깃을 꽉 쥐었다. "아저씨... 이 아이는... 아직 약이 필요해요. 독이... 아니야..." 도준의 목소리는 끊어질 듯 가늘었다. 제문은 차오르는 눈물을 닦으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도준은 마지막 순간에 자신을 죽이러 온 복제체를 살리는 길을 택한 것이었다.
긴급히 현장을 탈출한 제문은 석구가 미리 준비해둔 비밀 거처로 그들을 옮겼다. 위원회의 몰락으로 세상은 발칵 뒤집혔고, 경찰과 군 수사대는 생존자를 찾기 위해 도시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제문은 불법 의료 장비를 동원해 도준을 치료하려 했지만, 도준의 몸은 이미 '천마강신'의 부작용으로 인해 세포 하나하나가 붕괴하고 있었다. 반면, 도준의 보호를 받았던 소년은 깨어나자마자 짐승 같은 눈빛으로 주위를 경계했다. 소년은 자신의 팔에 꽂힌 링거를 뽑아내며 제문을 위협했다. "왜 날 살렸지? 난 저 인간을 죽여야 완성이 되는데." 소년의 목소리엔 여전히 위원회가 주입한 세뇌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
거울의 대화: 죄책감과 연민의 경계
침대에 누워 간신히 숨을 몰아쉬던 도준이 눈을 떴다. 그는 자신을 노려보는 소년을 향해 힘겹게 손을 뻗었다. "너는... 완성될 필요 없어. 이미... 너 자체로 충분해." 도준의 은색 눈동자는 이제 투명할 정도로 맑아져 있었다. 도준은 소년에게 자신이 평생 지녀온 엄마의 은침 꾸러미를 건넸다. 그것은 사람을 죽이는 기술이 아니라, 아픔을 어루만지는 보경당의 진짜 유산이었다. 소년은 은침을 받아 들고는 떨리는 손으로 도준의 얼굴을 만졌다. 똑같이 생긴 얼굴, 그러나 한쪽은 죽음을 향해가고 한쪽은 이제 막 삶을 강요받은 기묘한 대면이었다.
제문은 밖에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에 총을 점검했다. 위원회의 잔당들과 진실을 은폐하려는 국가 권력이 이 은신처를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였다. 제문은 도준에게 다가가 나직하게 말했다. "도준아, 세상은 네가 죽은 줄 알아. 이대로 떠나면 넌 자유야." 하지만 도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저씨, 나는 갈 수 없어요. 하지만 이 아이는... 이 아이는 바보로 살지 않게 해주세요." 도준은 소년의 특정 혈자리에 마지막 은침을 꽂았다. 그것은 위원회의 세뇌를 끊어내고 인격의 주도권을 아이에게 돌려주는 도준만의 마지막 '처방'이었다. 침이 꽂히는 순간, 소년의 눈에서 핏빛 광기가 사라지고 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37화의 결말: 다가오는 최후의 포위망
은신처의 문이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수부대의 전술 라이트 불빛이 창문을 넘어 안으로 쏟아졌다. 제문은 소년을 뒷문으로 밀어 넣으며 석구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 아이를 데리고 읍내로 가. 거기라면 숨을 곳이 있을 거야." 석구는 울먹이며 소년을 데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제문은 홀로 남은 도준의 곁을 지켰다. 도준은 제문의 손을 잡으며 평온하게 웃었다. "아저씨랑... 읍내에서 국밥 한 그릇... 먹고 싶었는데." 그 말을 끝으로 도준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문이 부서지며 무장한 요원들이 들이닥쳤고, 제문은 빈 총을 내던지며 도준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37화의 마지막, 세상은 위원회 수뇌부의 전원 구속과 인체 실험의 전말을 보도하며 정의가 승리했음을 선포했다. 하지만 그 승리의 이면에 어떤 희생이 있었는지, 누가 진짜 괴물이었는지는 기록되지 않았다. 읍내 보경당 앞마당에 도착한 소년은 멍하니 낡은 간판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이며 한 단어를 내뱉었다. "형..." 40화 완결까지 단 3화, 도준의 의지를 이어받은 소년과 홀로 남겨진 제문의 마지막 싸움이 예고되고 있었다.
제37화 관전 포인트 및 심층 분석
이번 37화는 주인공 도준의 희생 정신이 정점에 달하며, 그의 의지가 복제체인 소년에게 전이되는 '정신적 계승'을 핵심 테마로 삼고 있습니다.
- 자기희생을 통한 구원: 도준이 자신을 죽이려던 소년을 살리는 행위는, 평생 '도구'로 살아온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 가장 인간적인 선택입니다.
- 은침의 상징성 변화: 살인과 제압의 도구였던 은침이 마지막 순간 소년의 세뇌를 풀고 생명을 지키는 '치유의 도구'로 돌아오는 과정은 보경당의 본질적인 회복을 의미합니다.
- 바보와 괴물의 경계: 도준이 소년에게 "바보로 살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대목은, 정상적인 삶을 누리지 못한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과 미래 세대에 대한 희망이 교차하는 지점입니다.
도준의 육체적 죽음이 임박한 가운데, 그가 남긴 '처방'이 세상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요? 소년의 정체와 제문의 행방이 결말을 향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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