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의 덫 제25화 - 성당의 통곡, 무너지는 십자가

성당의 낡은 파이프 오르간에서 새어 나오는 바람 소리가 비명처럼 울려 퍼졌다. 깨진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들이치는 빗줄기가 도준의 작두날 위로 차갑게 부서졌다. 안세훈 장관이 보낸 비밀 처리반 '그림자' 요원들은 소리 없이 포위망을 좁혀왔다. 그들은 감정이 거세된 기계적인 눈빛을 하고 있었으며, 그중 일부는 도준이 겪었던 것과 유사한 약물 실험의 흔적을 몸에 품고 있었다. 도준은 엄마의 비녀를 입에 물고 숨을 골랐다. 곁에 선 제문은 낡은 권총의 해머를 당기며 도준의 등을 받쳤다. "도준아, 죽이지 말고 무력화만 시켜. 진실을 밝히려면 증인이 필요해." 제문의 외침에 도준은 대답 대신 기괴한 속도로 바닥을 박차고 나갔다.

쓰러진 요원의 옷깃에서 발견된, 안세훈 장관의 사설 비밀 조직 '그림자'의 표식


핏빛 성소, 그림자들의 처형식

도준의 움직임은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듯했다. 요원들이 방아쇠를 당기는 찰나, 그는 이미 그들의 사각지대로 파고들어 은침을 급소에 꽂아 넣었다. 탕, 탕! 제문의 총성이 성당의 정적을 찢으며 요원들의 발등을 맞췄다. 하지만 요원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쓰러진 채로도 도준의 다리를 붙잡으려 늘어졌다. "이놈들, 약에 취해 있어!" 제문의 경악 섞인 소리와 함께 도준은 작두를 크게 휘둘러 자신을 덮쳐오는 요원의 가슴팍을 갈랐다. 성당 바닥의 붉은 카펫 위로 진짜 피가 번지기 시작했다. 도준은 이제 제문의 경고를 들을 여유가 없었다. 그의 혈관 속에 흐르는 '변종'의 피가 생존을 위해 모든 감정을 분노로 치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투는 처절했다. 요원들의 전술 칼날이 도준의 팔뚝을 그었고, 도준의 메스는 그들의 목줄기를 스쳤다. 제문은 몰려드는 적들을 육탄전으로 막아내며 도준이 안세훈의 서류를 챙길 시간을 벌었다. "가, 도준아! 여긴 내가 막을 테니까 가서 그 장관 놈의 멱살을 잡아!" 제문의 외침에 도준은 잠시 멈칫했다. 평생 자신을 쫓던 형사가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는 사실이, 도준의 거세된 감정 한구석을 날카롭게 찔렀다. 도준은 제문에게 마비 침 한 꾸러미를 던져주었다. "죽지 마요, 아저씨. 내 기억 속에 남은 유일한 '진짜 사람'이니까." 도준은 성당 뒷문을 박차고 안개 낀 숲으로 사라졌다.

안세훈의 역습: 지워지는 진실

같은 시각, 도심의 화려한 집무실에서 안세훈 장관은 태연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성당의 실시간 상황이 보고되는 모니터가 떠 있었다. "실패했나. 역시 내 유전자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안세훈은 차갑게 미소 지으며 비서에게 명령을 내렸다. "성당을 통째로 소각해라. 증거물은 물론, 그곳에 있는 모든 생명체까지." 그의 손가락 끝에서 내려진 결정은 수십 년 전 보건소장에서 그랬듯, 또다시 무고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었다. 안세훈에게 도준은 아들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를 증명하는 '오류'에 불과했다. 그는 이미 언론사를 매수해 제문을 '미친 형사와 손잡은 연쇄 살인마의 공범'으로 몰아넣을 기사를 준비시킨 상태였다.

숲을 헤치고 내려온 도준은 멀리서 들려오는 거대한 폭발음에 뒤를 돌아보았다. 성당이 거대한 불길에 휩싸여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제문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도준은 숲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아빠... 아니, 안세훈." 도준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더 이상 혈연의 정이 서려 있지 않았다. 그것은 반드시 도려내야 할 거대한 종양의 이름이었다. 유진은 어느새 도준의 등 뒤에 나타나 불타는 성당을 감상하듯 서 있었다. "봤지? 저게 네 아버지가 정의를 실현하는 방식이야.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이야. 그가 가장 사랑하는 '권력'의 심장에 직접 침을 놓는 것."

악마의 자장가, 그리고 새로운 계약

도준은 유진이 내미는 새로운 약병을 받아 들었다. 그것은 보건소 지하에서 발견했던 붉은 약보다 훨씬 진한, 검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이걸 마시면 넌 더 이상 인간의 기억을 유지할 수 없을 거야. 오직 사냥을 위한 기계로 남겠지. 그래도 하겠니?" 유진의 물음에 도준은 망설임 없이 약병을 들이켰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타는 듯한 감각과 함께 도준의 머릿속에 남아 있던 엄마와의 소박했던 기억, 읍내의 풍경들이 하나둘씩 잿빛으로 변해갔다. 대신 그 빈자리를 안세훈의 심장 소리를 추적하는 차가운 감각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25화의 끝에서, 도준의 눈동자는 더 이상 검은색이 아니었다. 안개와 같은 흐릿한 은색으로 변한 그의 눈은 이제 보이지 않는 진실까지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입고 있던 젖은 옷을 벗어 던지고, 죽은 요원의 검은 코트를 걸쳤다. 숲을 빠져나와 도심의 야경을 내려다보는 그의 모습은 마치 세상을 심판하러 내려온 사신과도 같았다. "안세훈, 당신이 만든 괴물이 당신의 집 문을 두드릴 거야." 도준의 나직한 선전포고가 빗소리에 묻혀 사라졌고, 광화문 네거리의 전광판에서는 안세훈의 대선 출마 선언이 화려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맹목의 덫 제2화 - 타오르는 진실과 씻기지 않는 흔적

맹목의 덫 제3화 - 묻어버린 진실의 파편들

맹목의 덫 제1화 - 작두날 끝에 맺힌 핏빛 자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