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의 덫 제13화 - 거미줄에 걸린 포식자들과 소년 왕
읍내의 공기는 이제 도준의 숨결을 따라 움직이는 듯했다. 약재상 '보경당'은 더 이상 병든 자들이 약을 짓던 자비로운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은 읍내의 모든 비밀이 모여들고, 그 비밀을 대가로 사람들의 영혼을 저당 잡는 거대한 거미줄의 중심지가 되었다. 도준은 엄마가 앉던 작두 앞에 앉아 더 이상 약초를 썰지 않았다. 대신 그는 국회의원의 비서관, 파출소장, 그리고 읍내 요식업 조합장 등 한때 고개를 꼿꼿이 세우던 자들을 줄 세워놓고 그들의 은밀한 죄를 하나하나 읊조리며 즐거워했다.
공포로 세워진 왕국, 도준의 기괴한 통치
도준은 엄마가 남긴 치부책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서를 구축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신체적인 고통을 주는 대신, 그들의 정신을 서서히 갉아먹는 '특별한 한약'을 처방했다. 엄마가 불면증 환자들에게 지어주던 안신제(安神劑)에 환각 성분이 강한 자생 약초를 교묘히 배합한 것이었다. 이 약에 중독된 읍내 유력자들은 도준의 말 한마디에 벌벌 떨며 자신들의 금고를 열었고, 도준이 시키는 대로 마을의 여론을 조작했다. 도준은 이제 바보 연기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읍내를 지배하는 소년 왕으로서, 자신을 멸시하던 세상을 향해 잔혹한 보복을 시작했다.
특히 도준은 소녀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었던 자들을 향해 가장 가혹한 '치료'를 베풀었다. 국회의원 아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가 그가 평생 전신 마비로 살 수밖에 없도록 특정 혈자리에 은침을 꽂아 넣었고, 사건을 덮으려 했던 경찰들에게는 매일 밤 소녀의 환영을 보게 만드는 향을 선물했다. 읍내 사람들은 도준의 눈을 피하기 바빴지만, 동시에 그가 주는 약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틸 수 없는 폐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도준은 작두를 갈며 중얼거렸다. "엄마, 사람들이 이제 나한테 다 무릎을 꿇어. 엄마가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았는지 모르겠어. 이렇게 쉬운 건데."
하지만 도준의 왕국에도 균열은 생기기 시작했다. 형사 제문은 도준의 변화를 끝까지 추적하고 있었다. 제문은 도준이 배포하는 약의 성분을 분석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를 맡겼고, 도준의 주변을 맴도는 의문의 남자들을 조사했다. 제문은 직감했다. 도준이 단순히 미친 것이 아니라, 엄마가 가진 의술과 지식을 가장 악한 방향으로 극대화한 천재적인 범죄자로 진화했다는 사실을. 제문은 교도소에 있는 엄마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이 괴물을 멈출 수 있는 스위치는 오직 그녀만이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교도소의 대학살과 엄마의 처절한 자각
한편, 교도소 안의 엄마는 자신이 아들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자신이 죽인 자객이 사실은 도준이 보낸 '선물'이었다는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벽에 머리를 부딪쳤다. 맹목적인 모성애로 지키려 했던 아들이, 이제는 자신을 범죄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현실은 그 어떤 고문보다 고통스러웠다. 엄마는 독방 안에서 자신의 허벅지를 손톱으로 파고들며 울부짖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내가 도준이를 무엇으로 만든 거야!"
엄마는 제문이 면회를 왔을 때, 예전의 나약한 노파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에는 서슬 퍼런 살기와 함께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 "형사님, 도준이를 멈춰주세요. 아니, 도준이를 죽여주세요. 그 아이는 이제 사람이 아니에요." 엄마의 충격적인 고백에 제문은 당황했다. 자식을 위해 살인까지 저질렀던 어머니가 아들을 죽여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엄마는 자신의 소매 속에서 몰래 벼려낸 날카로운 칫솔 손잡이를 꺼내 보였다. "내가 나가서 끝낼 거예요. 내가 만든 괴물이니, 내 손으로 거둬야 해요."
그날 밤, 교도소 병동에서는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다. 엄마는 혼란을 틈타 자신을 감시하던 교도관들을 따돌리고 탈옥을 시도했다. 그녀의 몸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지만, 아들을 멈춰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그녀는 교도소 담장을 넘으며 다짐했다. 도준에게 베풀었던 그 잘못된 자애를 이제는 차가운 칼날로 돌려주겠노라고. 읍내로 향하는 길,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고 엄마의 환자복은 다시 피와 진흙으로 범벅이 되었다. 이것은 구원이 아닌, 진정한 파멸을 향한 어머니의 마지막 행진이었다.
포식자의 집결, 읍내를 덮치는 검은 파도
도준은 엄마가 탈옥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약재상 마당에 수천 개의 촛불을 켜고 엄마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동시에 국회의원이 보낸 진짜 실력자들, 중앙의 킬러들이 읍내 진입로에 도착했다. 그들은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중화기로 무장한 채 도준의 약재상을 포위했다. 읍내 주민들은 집의 불을 끄고 문을 걸어 잠갔다. 안개 낀 거리에는 오직 복수와 광기가 서린 자들의 거친 숨소리만이 가득했다.
도준은 약재상 지붕 위에 올라가 읍내를 내려다보며 기괴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엄마가 버스 안에서 췄던 그 처절한 망각의 춤을, 아들은 이제 승리의 춤으로 재해석하고 있었다. "엄마, 어서 와. 내가 엄마를 위해 가장 화려한 무대를 준비했어." 도준의 손에는 은침이 아닌, 엄마의 작두가 들려 있었다. 포식자들이 약재상 담을 넘는 순간, 도준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읍내의 밤은 다시 한번 비명과 선혈로 물들기 시작했고, 그 피비린내를 따라 엄마의 그림자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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