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의 덫 제12화 - 철창 안의 기도와 그림자 왕국

교도소의 밤은 읍내의 안개보다 더 차갑고 무거웠다. 엄마는 좁은 독방 안에서 웅크린 채 벽에 기대어 있었다. 수술 부위의 통증은 무뎌졌지만, 가슴속을 파고드는 불안감은 갈수록 선명해졌다.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들어왔으니 도준이는 안전할 것이라 믿어야 했지만, 호송차 유리창 너머로 보았던 아들의 그 기괴한 미소가 환영처럼 떠올라 그녀의 밤을 괴롭혔다. 그녀는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아들이 부디 그 피 묻은 기억을 잊고, 다시 예전의 어수룩하지만 착한 아이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헛된 소망인지 그녀 자신도 이미 알고 있었다.

철창 너머의 자애, 눈 먼 모성의 대가

면회실의 차가운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도준이 나타났다. 도준은 면회실에 들어서자마자 아이처럼 울먹이며 유리창에 손을 갖다 댔다. "엄마, 밥은 잘 먹어? 집이 너무 넓어서 무서워. 엄마 언제 와?" 교도관들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차며 불쌍한 모자라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엄마는 보았다. 유리창에 닿은 도준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며 리듬을 타고 있는 것을. 그것은 약초의 독을 배합할 때 쓰는 정밀한 손동작이었다. 도준은 슬퍼하는 연기를 하면서도, 동시에 엄마에게 자신이 '사업'을 잘 이어가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었다.

엄마는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도준아, 작두는 치웠니? 은침통은 땅에 묻었어?" 도준은 눈물을 닦으며 천진하게 웃었다. "응, 엄마. 다 치웠어. 근데 진태 형이 쓰던 방에서 이상한 수첩이 또 나왔어. 거기 아줌마들 비밀이 가득해. 내가 그거 읽어보니까 다들 나한테 잘해주던데?" 도준의 말은 엄마의 심장을 얼어붙게 했다. 도준은 이제 단순한 생존을 넘어, 엄마가 남긴 치부책을 이용해 읍내 사람들을 조종하기 시작한 것이다. 엄마가 아들을 지키기 위해 쌓아 올린 범죄의 유산이, 이제 도준의 손에서 거대한 그림자 왕국을 건설하는 설계도가 되어 있었다.

면회 시간이 끝나갈 무렵, 도준은 유리창에 입을 맞추듯 다가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엄마, 걱정 마. 읍내 국회의원 아저씨 부하들이 또 왔었는데, 이번엔 길을 잃었나 봐. 아무도 못 찾을 곳으로 갔어." 엄마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입술을 깨물며 참아냈다. 도준은 이미 엄마의 도움 없이도 사냥을 즐기는 포식자가 되어 있었다. 호송차 안에서의 기도가 무색하게도, 도준은 엄마가 지옥에 있는 동안 지상에 자신만의 지옥을 꾸리고 있었다. 엄마는 멀어지는 도준의 뒷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자신이 지킨 것은 아들이 아니라, 세상에 내놓아서는 안 될 재앙이었다는 것을.

차가운 교도소 독방 안에서 쇠창살 사이로 들어오는 한 줄기 빛을 보며 아들을 위해 기도하는 엄마


주인이 바뀐 약재상, 읍내의 침묵

읍내 사람들은 약재상 보경당 앞을 지날 때마다 발소리를 죽였다. 살인자의 아들이라며 침을 뱉던 이들도 이제는 도준의 눈치를 살피며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다. 도준은 엄마가 앉던 평상에 앉아 사람들에게 약을 지어주기 시작했다. 그는 엄마보다 더 정확한 혈자리를 짚어냈고, 사람들의 고통을 단번에 멎게 하는 신비한 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약을 먹은 이들은 하나같이 의지가 박약해지고 도준의 말에 복종하게 되었다. 도준은 엄마가 금기시했던 약재들을 교묘하게 섞어 읍내 사람들을 서서히 중독시키고 있었다.

형사 제문은 이런 읍내의 변화를 감지하고 약재상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도준아, 너 요즘 약 짓는 솜씨가 대단하다며? 나도 어깨가 결린데 침 좀 놔줄래?" 제문의 도발적인 제안에 도준은 흔쾌히 은침을 꺼내 들었다. "그럼요, 형사 아저씨. 엄마가 아저씨는 특별히 잘 해드리라고 했어요." 도준의 침 끝이 제문의 목덜미 근처를 스칠 때마다 제문은 설명할 수 없는 한기를 느꼈다. 도준의 눈은 웃고 있었지만, 그 심연에는 타인의 생명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잔인함이 깃들어 있었다. 제문은 확신했다. 이 약재상의 진짜 주인은 감옥에 있는 노파가 아니라, 바로 이 눈앞의 청년이라는 사실을.

밤이 되면 도준은 약재상 지하실에 숨겨둔 비밀 장부를 정리했다. 그곳에는 읍내 유력자들의 성 상납 비리, 뇌물 수수, 그리고 소녀의 죽음과 관련된 진짜 배후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도준은 그들을 하나씩 불러내어 '치료'라는 명목하에 자신의 발밑에 무릎 꿇렸다. 엄마는 아들을 위해 법을 어겼지만, 도준은 아예 새로운 법을 만들고 있었다. 읍내의 안개는 이제 도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숨결처럼 느껴졌다. 도준은 창밖의 달을 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엄마, 거긴 어때? 여긴 이제 다 내 거야. 엄마가 원했던 평화가 이런 거 맞지?"

끊이지 않는 핏줄의 저주와 각성

교도소 병동에서 일하던 한 죄수가 엄마에게 접근했다. 그는 국회의원 측에서 보낸 자객이었다. "당신 아들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더군. 여기서 조용히 눈을 감아줘야겠어." 날카로운 칼날이 엄마의 목을 겨누는 순간, 엄마의 눈빛이 돌변했다. 그녀는 더 이상 가련한 노파가 아니었다. 그녀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었던 그 '마더'였다. 엄마는 죄수의 손목을 꺾어 칼을 빼앗은 뒤, 그의 가슴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피가 튀어 올랐지만 엄마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교도소 안에서의 살인. 이제 엄마는 영원히 빛의 세상으로 나갈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자신이 여기서 죄를 더 쌓을수록, 바깥의 도준이 지은 죄가 가려질 것이라 믿는 맹목적인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그녀가 죽인 죄수의 품에서 떨어진 휴대폰 속에는 도준이 보낸 메시지가 찍혀 있었다. [우리 엄마가 마지막 선물을 준비했을 거야. 잘 받아줘.] 도준은 자신의 앞길을 막으려는 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감옥 안에 있는 엄마까지도 장말로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는 피 묻은 손으로 교도소 벽에 도준의 이름을 썼다. 그것은 사랑의 증표이자 저주의 낙인이었다. 읍내 약재상에서는 도준이 작두를 갈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고, 감옥에서는 엄마가 피의 참회를 이어가고 있었다. 모성이 빚어낸 이 기괴한 비극은 이제 멈출 수 없는 폭주 기관차처럼 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읍내의 안개는 더욱 짙어져 이제는 마을 전체가 지도에서 지워진 듯 고립되었다. 그 안개 속에서 새로운 포식자 도준의 그림자가 점점 더 거대하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맹목의 덫 제2화 - 타오르는 진실과 씻기지 않는 흔적

맹목의 덫 제1화 - 작두날 끝에 맺힌 핏빛 자애

맹목의 덫 제3화 - 묻어버린 진실의 파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