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집] 한도우의 침묵: 초감각의 기원과 고통이 빚어낸 의학적 변이
안녕하세요, '맹목의 덫'의 세계를 일궈온 작가입니다. 설정집 연재가 막바지에 다다르며, 오늘은 제가 가장 아끼면서도 쓰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바로 주인공 한도우의 과거입니다. 많은 분이 도우의 신기(神技)에 가까운 침술을 보며 "그 능력은 어디서 온 것인가"를 물으셨죠. 오늘은 그 기적 같은 감각 뒤에 숨겨진 잔인한 과거와 의학적 변이의 진실을 공개합니다.
1. [작가의 고백] 영웅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깎여나가는 것이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영웅'을 믿지 않습니다. 한도우라는 캐릭터를 설계할 때 제가 가장 먼저 정한 원칙은 "그의 초능력은 곧 그의 가장 큰 상처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우의 초감각은 아수라 시스템의 초기 프로토타입 실험에서 살아남은 부작용의 결과물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류를 지배하려 했던 기술이, 인류를 구할 유일한 변종을 만들어낸 셈이죠.
집필하며 저는 도우가 겪었을 '감각의 과부하'를 묘사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남들은 듣지 못하는 혈류의 흐름 소리, 피부에 닿는 공기 중 나노 입자의 마찰음...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에 가까운 고통이었습니다. 제가 도우에게 보경당이라는 정적인 공간을 준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도망쳐야만 살 수 있었던 한 남자가, 역설적으로 그 예민한 감각을 타인을 살리는 데 쓰기로 결심하는 과정. 그 서사를 쌓으며 저 역시 인간이 가진 회복 탄력성에 대해 깊이 고찰하게 되었습니다.
2. [의학적 분석] '시냅스 가소성'의 극단적 변이: 뇌가 세상을 읽는 방식
도우의 능력은 의학적으로 '극대화된 공감각(Hyper-Synesthesia)'과 '신경 가소성(Neural Plasticity)'의 결합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실험의 후유증으로 그의 뇌는 일반인보다 수만 배 정교한 신경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를 구체적인 메커니즘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 초지향성 청각과 촉각의 통합: 도우는 환자의 몸에 손을 대지 않고도 공기의 진동만으로 장기의 박동과 나노 입자의 활동 주파수를 감지합니다. 이는 뇌의 청각 피질과 촉각 피질이 하나로 통합되어 발생하는 현상으로, 박쥐의 '초음파 정위'와 유사하지만 훨씬 고차원적인 정보 처리가 가능합니다.
- 바이오피드백의 극치: 도우는 자신의 생체 전기를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금침을 통해 환자에게 전달되는 에너지는 단순한 전류가 아니라, 도우의 뇌가 실시간으로 연산하여 내보내는 '나노 무력화 전용 펄스'입니다. 이는 현대 의학의 '심부 뇌 자극술(DBS)'을 인간의 의지만으로 수행하는 것과 같습니다.
- 통증의 공유 메커니즘: 도우가 환자를 치료할 때 통증을 느끼는 것은 신경학적으로 '거울 뉴런'이 타인의 통증을 100% 자신의 것으로 복제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설정을 통해 도우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닌, 생명을 공유하는 '진정한 의사'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3. [심리적 고찰] 침묵 속에 갇힌 소년에서, 세상을 깨우는 명의로
과거의 도우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아수라 시스템의 차가운 금속 침대 위에서 그는 이름조차 빼앗긴 채 단지 '샘플 번호 741'이라는 코드로 불렸을 뿐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감각의 파편들은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잔인한 폭력이었습니다. 모든 소리가 비명이 되고, 모든 진동이 칼날처럼 박히던 시절, 그는 차라리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기계가 되길 간절히 바랐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보경당의 문을 두드리고, 운명처럼 노 스승을 만나 '의술'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그의 삶은 비로소 암흑을 뚫고 빛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노 스승은 도우의 떨리는 손을 잡으며 평생 잊지 못할 한마디를 건넸습니다. "도우야, 네 귀에 천둥처럼 들리는 그 비명들은 너를 괴롭히는 소음이 아니라,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생명의 마지막 간절한 신호다. 그 신호를 들을 수 있는 건 전 세계에서 너뿐이니, 이제는 도망치지 말고 그들에게 대답해주렴."
저는 이 대사를 집필하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잠시 타자기를 멈춰야만 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단점'이라 여기는 것들, 혹은 지우고 싶은 '상처'들이 사실은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도우의 성장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보경당 마당에서 묵묵히 약초를 다듬고, 숨죽여 금침을 놓는 도우의 뒷모습은 단순히 환자를 고치는 행위를 넘어, 과거의 공포에 짓눌려 있던 자기 자신을 하나씩 치유해 나가는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수행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람 냄새'란 완벽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부서진 조각들을 인정하고, 그 깨진 틈으로 스며오는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받아내는 용기에서 비로소 진한 인간미가 배어 나옵니다. 도우의 침술은 이제 차가운 해킹 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고독했던 한 소년이, 자신과 닮은 아픔을 겪는 세상을 향해 건네는 가장 따뜻하고 묵직한 위로이자 악수입니다. 그는 환자의 혈관 속에서 흐르는 피의 노래를 들으며, 기계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살아있음의 경이'를 매 순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4. [에필로그] 마지막 한 땀, 인간다움의 증명
소설의 마지막 대결에서 도우는 자신의 모든 감각을 개방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신경계가 타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이었죠. 하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고통'이 얼마나 고귀한 가치를 지니는지 아수라에게 보여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도우의 과거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만, 그의 의지는 독자 여러분의 마음속에 계속 흐를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아수라와 싸우고 있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약점이 부끄럽고 숨기고 싶을 때도 있죠. 하지만 도우의 금침이 그러했듯, 여러분의 상처 역시 누군가를 살리는 기적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마세요. 14번째 이야기를 마칩니다. 이제 마지막 15번째 글에서는 [대단원: 맹목의 덫이 우리에게 남긴 것 - 세계관 총정리와 작가의 마지막 인사]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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