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학 분석] 천연 마비독의 기전과 재생 의학 - 맹목의 덫 18화: 하궁의 유령과 조력자 청하
안녕하세요! 뇌신경 과학과 전통 의학의 고증을 통해 SF적 상상력을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블로그입니다. 지난 17화에서 중궁의 폭발을 피해 구궁의 가장 밑바닥으로 추락한 도우 일행. 오늘은 그들이 마주한 처참한 하궁(下宮)의 생태와 더불어, 보경당 비기인 천연 마비독의 신경학적 기전, 그리고 극한 환경에서의 인체 재생 의학에 대해 심층 분석하며 18화의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1. [의학 심층 분석] 만다라화 추출물과 신경 전달 차단 메커니즘
작중 사제 청하가 사용하는 화살촉에는 보경당의 비기인 '만다라화(Datura)' 추출물이 도포되어 있습니다. 이는 현대 의학에서 다루는 '전압 개폐형 나트륨 통로 차단제(Voltage-gated Sodium Channel Blocker)'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신경 세포가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세포막의 나트륨 통로가 열리며 전기적 활동 전위가 발생해야 하는데, 이 독소는 해당 통로에 강력하게 결합하여 신호의 흐름을 물리적으로 차단합니다.
특히 보경당의 정제법은 이를 '선택적 신경 마비' 단계로 끌어올렸습니다. 호흡과 심장 박동을 담당하는 자율 신경계에는 최소한의 영향만 주면서, 골격근의 운동 신경만을 마비시켜 피실험체를 즉각적인 무력화 상태에 빠뜨리는 것입니다. 또한 청하의 얼굴에 남은 3도 화상(Full-thickness Burn) 흉터는 진피층까지 완전히 손상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하궁의 폐기된 나노 배양액을 이용해 '상피 세포 성장 인자(EGF)'를 강제 활성화함으로써 신경 말단을 일부 재생시켰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극한의 환경에서 피어난 현대 재생 의학의 변칙적 결과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
2. 폐기된 자들의 무덤: 하궁(下宮)의 처참한 실상
추락의 충격은 잔인했습니다. 도우의 코끝을 가장 먼저 찌른 것은 비릿한 피 냄새와 썩은 오물의 악취였습니다.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은 녹슬어 터진 파이프에서 쏟아지는 점액질과 정체 모를 의료 폐기물로 가득했습니다. "서린아... 적혈 씨... 정신 차려요!" 도우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습니다. 다행히 추락 직전 완충 장치가 작동해 목숨은 건졌으나, 서린은 급격한 기압 변화로 인해 외상성 뇌손상(TBI)의 초기 증상인 가벼운 인지 혼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곳 하궁은 화이트 네트워크가 '바이오 메모리' 실험에 실패한 인간들을 내다 버리는 거대한 생체 쓰레기통이었습니다. 어둠 속 여기저기서 뼈가 부딪히는 소리와 기괴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자아를 잃고 살육 본능만 남은 '공백의 괴물'들이 번뜩이는 눈으로 일행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도우는 떨리는 손으로 침통을 꽉 쥐었지만, 이미 체력과 기혈은 바닥난 상태였습니다. 그때, 어둠을 가르고 날카로운 화살 한 발이 괴물의 미간에 정확히 박혔습니다. 소리도 없는 치명적인 일격이었습니다.
[보경당 의학 노트: 마비독의 즉각적 기전]
괴물의 몸에 박힌 화살촉의 만다라화 추출물은 중추 신경계를 즉각적으로 마비시키는 강력한 생체 길항제입니다. 이는 신경절(Ganglion) 단위에서 전기 신호를 가두어, 피실험체가 고통조차 느끼지 못한 채 운동 능력을 소실하게 만듭니다.
3. 죽음에서 돌아온 사제: 청하와의 눈물겨운 재회
"여전하구나, 도우야. 여전히 네 몸 하나 건사 못 하고 남 걱정부터 하는 건." 낮지만 단단한, 어딘지 그리운 여자의 목소리가 폐허 속에 울려 퍼졌습니다. 횃불을 들고 서서히 다가온 인물은 얼굴의 절반을 끔찍한 화상 흉터로 덮고 있었지만, 도우는 단번에 그 눈빛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청하... 누나? 분명 보경당 습격 때 그 불길 속에서..." 도우의 목소리가 떨리며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청하는 도우의 아버지 도준의 수제자이자, 어린 시절부터 함께 의술을 닦아온 가족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녀는 습격 당시 도준의 엄명을 받고 핵심 데이터를 가지고 탈출하다 지하로 숨어들었고, 지난 몇 년간 이 지옥 같은 하궁에 은신하며 화이트 네트워크의 내부 정보를 수집해왔습니다. 그녀의 허리춤에는 도우의 것과 똑같은 문양의 낡은 약초 주머니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 주머니에서 배어 나오는 쌉싸름한 고본과 당귀의 향기가 이곳의 악취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습니다. 청하는 아무 말 없이 도우의 어깨를 꽉 쥐었습니다. 그 거친 손마디에는 살아남기 위해 견뎌온 수천 일의 고통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습니다.
4. [기술 설정] 하궁 저항군 '그림자 의원'의 장비 분석
| 분석 항목 | 기술적 특징 및 생물학적 근거 |
|---|---|
| 생체 수리 기술 | 버려진 나노 로봇을 재프로그래밍하여 파손된 신경 세포주를 임시 연결(Synaptic Patch) |
| 정체성 보존 | 주기적인 경혈 자극과 뇌심부 자극술(DBS)을 결합해 데이터 침식에 저항 |
| 은신처 보안 | 하수 처리장의 메탄가스를 역이용한 유독가스 트랩 및 적외선 차단 필터 사용 |
청하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은신처는 대형 탱크를 개조한 곳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청하뿐만 아니라, 실험체로 끌려왔다가 기적적으로 자아를 유지한 생존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그림자 의원'이라 부르며 화이트 네트워크에 대항하고 있었습니다. 청하는 도우가 중궁에서 가져온 데이터 칩을 분석 장치에 연결하자 경악했습니다. "이건 사부님이 자신의 목숨과 바꾼 '백도어(Backdoor)' 프로그램이야. 진 회장의 메인 서버를 안쪽에서부터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논리 폭탄이지."
5. 결말: 가장 낮은 곳에서 타오르는 반격의 불길
"이제 울음은 그만둬, 도우야. 사부님이 남기신 침은 사람을 살리는 데만 쓰는 게 아니라,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데도 쓰는 거니까." 청하가 자신의 침통에서 가장 길고 차가운 대침을 꺼내 도우에게 건넸습니다. 도우는 그 침을 받아 쥐며 차가운 금속의 촉감 너머로 뜨거운 분노를 느꼈습니다. 이제 도우에게는 서린과 적혈, 그리고 사제 청하와 그녀를 따르는 저항군이라는 든든한 아군이 생겼습니다.
일행은 하궁의 짙은 어둠을 뚫고 제어실로 향하는 비밀 통로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진 회장이 승리에 도취해 있을 이 순간, 시설의 가장 밑바닥이자 가장 더러운 곳에서부터 거대한 반격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도우의 눈빛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손에 쥐어진 은빛 침은 이제 화이트 네트워크의 심장을 정확히 겨누고 있었습니다. 18화가 막을 내립니다.
[포스팅 마무리]
오늘 18화에서는 죽음에서 돌아온 조력자 청하와 함께 하궁의 처절한 사투를 그려보았습니다. 다음 19화에서는 본격적인 중앙 제어실 장악전과 신경 신호 해킹 기술에 대해 더 심도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작가와 독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맹목의 덫',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댓글로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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