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의 덫 제7화 - 심연의 저택, 거미줄에 걸린 나비

비서관이 남기고 간 서류 가방 속에는 도준의 파멸이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옥상 난간에 남은 도준의 지문, 소녀의 옷에서 발견되었다는 도준의 머리카락. 이 모든 것이 조작임을 알면서도 엄마의 심장은 사정없이 요동쳤다. 권력은 진실을 만드는 공장이었고, 그들에게 도준은 언제든 소모할 수 있는 불량품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아들을 인질로 잡은 것은 잠자던 사자의 목줄을 당긴 것과 다름없다는 사실이었다.

밤의 침입자, 그림자 속의 사투

엄마는 약재상의 불을 끄고 뒷문을 나섰다. 평소 약초를 캐러 다닐 때 쓰던 날카로운 전정 가위와 독한 약물이 든 병을 소매 속에 숨겼다. 그녀의 목표는 언덕 위 국회의원의 저택이었다. 도준이 그곳에 갇혀 있다는 확신이 들자, 칠순을 바라보는 그녀의 몸은 놀라운 활력을 띠기 시작했다. 빗물에 젖은 담벼락은 미끄러웠지만, 엄마는 손톱이 빠질 듯한 고통을 참으며 기어코 담을 넘었다. 정원에는 수입산 사냥개들이 으르렁거리고 있었으나, 엄마는 미리 준비한 고기 덩어리에 마취제를 섞어 던져 넣는 대담함을 보였다.

저택의 내부는 외부의 고요함과 달리 차갑고 위압적이었다. 복도마다 걸린 명화와 화려한 샹들리에는 그 밑에 숨겨진 소녀의 피와 눈물을 가리고 있었다. 엄마는 본능적으로 지하실로 향하는 계단을 찾았다. 화려한 1층보다는 어둡고 습한 지하가 그들이 아들을 숨기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일 터였다. 발소리를 죽이며 내려간 지하 복도 끝에서 익숙한 흐느낌이 들려왔다. "엄마... 엄마... 나 집에 갈래." 도준의 목소리였다. 엄마는 문을 가로막고 있는 육중한 자물쇠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자물쇠를 부수려는 찰나, 등 뒤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역시 대단하시군요. 이 늙은 몸으로 여기까지 오다니." 국회의원 아들이었다. 그는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비죽거리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길을 막아섰다. 아들은 여전히 도준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 옷에 묻은 광기는 도준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는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엄마를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었다.

한밤중, 아들을 찾기 위해 날카로운 도구를 숨긴 채 유력자의 저택 담벼락을 넘는 엄마


뒤바뀐 포식자, 어미의 반격

국회의원 아들은 천천히 다가오며 휴대폰 하나를 흔들었다. 진태가 가지고 있다던 바로 그 소녀의 휴대폰이었다. "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하죠? 아줌마 아들이 소녀를 밀치는 장면, 그리고 내가 그걸 도와주려던 장면이 아주 예쁘게 찍혀 있더라고." 그는 진실을 교묘하게 비틀어 말하며 엄마를 자극했다. 하지만 엄마는 속지 않았다. 이미 영상의 일부분을 확인했던 그녀는 그가 범인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우리 도준이는 밀친 게 아니야. 네가 죽어가는 애를 난간에 매단 거잖아. 이 살인마 자식아!"

엄마의 사자후에 아들의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그는 경호원들에게 눈짓을 보냈고, 거구의 남자들이 엄마를 덮치려 했다. 그 순간, 엄마는 소매 속에서 마취액이 든 스프레이를 뿌리며 날카로운 전정 가위를 휘둘렀다. 평생 작두질로 다져진 그녀의 팔 근육은 경호원들의 팔을 사정없이 긋고 지나갔다. 고통에 찬 비명이 지하실을 가득 채웠다. 엄마는 넘어진 경호원의 가슴을 짓밟고 국회의원 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이제 이성이 아닌, 자식을 지키려는 태고의 본능만이 남았다.

국회의원 아들은 당황하며 뒷걸음질 치다 벽에 부딪혔다. 엄마는 그의 목에 전정 가위의 날카로운 끝을 들이댔다. "열쇠 내놔. 우리 도준이 내놓으라고!" 그녀의 손 끝에는 이미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 평생 약을 지어 사람을 살려온 손이, 이제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가장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저택의 주인인 국회의원이 뒤늦게 소란을 듣고 내려왔지만, 이미 상황은 엄마가 주도권을 쥔 뒤였다. 거대한 권력도 자식을 구하려는 엄마의 광기 앞에서는 무력했다.

지옥에서 피어난 기괴한 약속

국회의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협상을 제안했다. "진정하세요. 원하는 게 뭡니까? 돈입니까? 아니면 도준이의 완전한 무죄입니까?" 엄마는 비웃음을 흘렸다. "무죄? 그건 당신들이 당연히 해줘야 할 일이지. 내가 원하는 건 당신 아들도 똑같이 지옥을 맛보는 거야." 하지만 지하실 문 너머에서 도준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엄마! 나 무서워! 여기 불난 것 같아!" 누군가 고의로 지하실에 불을 지른 것이었다. 진태였다. 그는 죽지 않고 살아남아 저택을 불태워 증거를 인멸하고 모두를 파멸시키려 하고 있었다.

매캐한 연기가 지하실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엄마는 선택해야 했다. 국회의원 아들에게 복수를 할 것인가, 아니면 도준을 구하러 들어갈 것인가. 엄마의 선택은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국회의원 아들을 밀쳐내고 열쇠를 뺏어 도준이 갇힌 방으로 뛰어들었다. 불길은 순식간에 복도를 집어삼켰고, 화려했던 저택은 거대한 화염의 무덤으로 변해갔다. 엄마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도준을 품에 안았다. "괜찮아, 도준아. 엄마 여기 있어. 엄마가 다 해결할 거야."

화염 속을 뚫고 나오는 엄마의 뒷모습은 마치 지옥에서 돌아온 악귀와도 같았다. 그녀의 옷은 타버리고 살갗은 그을렸지만, 품 안의 도준만큼은 상처 하나 없었다. 저택 밖에는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지만, 엄마는 그 소리를 뒤로한 채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그녀의 손에는 국회의원 아들의 죄가 담긴 휴대폰이 꽉 쥐어져 있었다. 읍내의 긴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엄마의 전쟁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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