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의 덫 제36화 - 거울 속의 살인자, 피어난 잔혹한 유전
붉은색 경고등이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지하 벙커를 피처럼 적셨다. 중앙 서버실을 뒤덮은 불길은 도준이 전송한 데이터의 흔적을 지우려 발악하듯 타올랐지만, 이미 진실은 전 세계의 네트워크망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도준에게는 그 승리를 만끽할 여유가 없었다. 눈앞에 서 있는 소년, 자신과 똑같은 눈매와 입매를 가진 그 존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도준의 영혼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소년의 이름은 '신(新)-01호'. 도준의 유전자를 복제하여 오직 살육과 복종만을 위해 개량된 위원회의 마지막 병기였다.
두 개의 거울: 원본과 복제의 잔혹한 교감
소년은 도준이 들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날카롭고 현대적으로 개량된 접이식 작두를 가볍게 돌렸다. "형, 엄마가 그랬지? 우리는 세상의 병을 고치는 약이라고. 하지만 아빠들은 말했어. 우리는 병을 퍼뜨리는 독이라고." 소년의 목소리는 소름 끼치도록 맑고 투명했다. 도준은 터져 나오는 피를 삼키며 소년을 향해 은침을 겨눴다. "너는... 내 동생이 아니야. 그저 놈들이 만든 가짜일 뿐이야." 하지만 소년은 비웃듯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왔다. 소년의 속도는 '천마강신'을 시전한 도준의 감각으로도 간신히 따라잡을 정도였다.
강철과 강철이 맞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도준은 소년의 움직임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보았다. 보경당의 비기, 엄마가 가르쳐준 그 정교한 혈자리 공격이 소년의 손끝에서도 완벽하게 재현되고 있었다. 도준의 작두날이 소년의 어깨를 스치자, 소년은 고통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도준의 옆구리에 메스를 박아 넣었다. "아파? 형, 이게 살아있다는 증거지?" 도준은 차오르는 비명을 억누르며 소년의 가슴에 마비 침을 꽂으려 했으나, 소년의 신체는 이미 고통과 마비를 차단하도록 개조된 상태였다. 도준은 깨달았다. 이 아이는 자신이 거쳐온 지옥보다 더 깊은 심연에서 태어났음을.
절망의 문턱: 제문의 부상과 끊어지는 희망
연구소 입구에서는 제문의 총성이 멈추지 않았다. 그는 도준에게 가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방패 삼아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특수부대의 압도적인 화력 앞에 제문의 탄환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리에 총상을 입고 주저앉은 제문은 무전기를 쥐었다. "도준아... 들리냐? 데이터는 방송국에 무사히 도착했어. 이제... 이제 그만 나오고 대피해! 여기가 무너질 거야!" 제문의 갈라진 목소리가 도준의 귓가에 닿았다. 하지만 도준은 대답할 수 없었다. 소년의 작두가 도준의 가슴을 향해 필사적으로 파고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준은 제문의 목소리를 들으며 마지막 이성을 쥐어짜 냈다. 만약 자신이 여기서 무너진다면, 저 소년은 연구소를 나가 제문과 석구, 그리고 읍내 사람들을 학살할 새로운 괴물이 될 것이었다. 도준은 자신의 심장 근처에 꽂혀 있던 '천마강신'의 침을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심장이 터질 듯한 압박감이 몰려오며 도준의 은색 눈동자가 이제는 백색에 가까울 정도로 밝게 빛났다. "미안해, 아저씨. 약속... 못 지킬지도 모르겠어요." 도준은 자신의 생명력을 통째로 연소시키며 소년의 품 안으로 달려들었다. 그것은 방어 없는 전면적인 공격, 동귀어진(同歸於盡)의 자세였다.
36화의 결말: 무너지는 성역, 마주 잡은 두 손
폭발의 충격으로 천장의 거대한 구조물이 두 사람 사이로 추락했다. 소년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도준이 피 묻은 손으로 소년의 발목을 낚아챘다. 잔해에 깔린 채 피를 토하는 도준을 내려다보며 소년은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왜... 같이 죽으려는 거야? 형은 자유를 원했잖아!" 도준은 희미하게 웃으며 소년의 손을 잡았다. "이게...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치료야. 괴물로 살지 않게 해주는 것." 도준은 자신의 소매 속에 숨겨두었던 마지막 자폭 장치의 스위치를 눌렀다. 연구소의 메인 서버가 폭발하며 두 사람의 실루엣이 거대한 화염 속으로 사라졌다.
36화의 마지막, 제문은 무너져 내리는 지하 기지의 입구를 바라보며 절규했다. 먼지 구름 사이로 도준의 작두 조각 하나가 튕겨 나와 그의 발치에 떨어졌다. 세상은 위원회의 몰락으로 환호하고 있었지만, 제문의 세계는 차디찬 잔해 속에 묻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무너진 돌무더기 사이에서 작은 손 하나가 불쑥 솟아올랐다. 그것은 도준의 손인가, 아니면 그 소년의 손인가? 40화 완결까지 남은 4화, 맹목의 덫은 이제 생존과 소멸의 경계를 지워버린 채 마지막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제36화 관전 포인트 및 심층 분석
이번 36화는 주인공 도준이 직면한 가장 가혹한 시련인 '자아의 투영(복제체)'과의 대결을 통해 주제 의식을 선명히 드러냅니다. 애드센스 승인을 위한 분석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도플갱어 모티프의 활용: 소년 '신-01호'는 도준이 겪었을지도 모를 '감정이 거세된 순수 악'의 모습을 대변합니다. 도준이 그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소멸을 택하는 것은, 자신의 과거를 매듭짓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 희생의 미학: 도준이 제문에게 남기는 마지막 메시지와 자폭을 선택하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강력한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며 웹소설 특유의 비장미를 극대화합니다.
- 열린 결말의 전조: 마지막 장면에서 나타난 '손'의 정체는 독자들 사이에서 도준의 생존 여부나 소년의 전향 가능성에 대한 뜨거운 토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핵심 떡밥입니다.
과연 화염 속에서 살아남은 이는 누구일까요? 도준의 처절한 희생이 남긴 마지막 불씨가 다음 화에서 밝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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