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의 덫 제34화 - 부서진 신체의 잔향, 마지막 처방전의 무게
지하 회의장의 피비린내를 뒤로하고 돌아온 은신처의 공기는 무겁고 서늘했다. 위원회의 수뇌부를 일망타진했다는 승리감보다는, 곧 꺼져갈 촛불처럼 위태로운 도준의 신체가 내뱉는 비명이 공간을 채웠다. 도준은 자신의 손목을 타고 흐르는 검은 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요새에서 제어 칩을 강제로 뽑아낸 후유증과 과도하게 주입한 신경 강화제의 독성이 이제 그의 심장 근육까지 파고들고 있었다. 제문은 구급 상자를 들고 다가왔지만, 도준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제 일반적인 의술로는 고칠 수 없는 단계임을 두 사람 모두 직감하고 있었다.
생명의 마지막 불꽃: 역세(逆世)의 독과 보경당의 비기
도준은 석구가 가져온 유진의 유산인 '역세의 독' 배합표를 다시 펼쳤다. 위원회를 무너뜨리기 위해 만든 이 독은 역설적이게도 도준의 생명을 연장할 유일한 재료이기도 했다. 도준은 떨리는 손으로 약초를 다듬기 시작했다. "아저씨, 이 약은 사람을 살리는 약이 아니에요. 죽어가는 감각을 억지로 깨워 마지막 사냥을 끝내게 해줄 진통제일 뿐이죠." 도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처절한 생존 본능이 서려 있었다. 그는 읍내 보경당 시절 엄마가 숨겨두었던 마지막 비기, '천마강신(天麻强神)'의 술법을 자신의 몸에 시전하기로 결심했다. 이는 신경을 강제로 과부하시켜 단 하루 동안 초인적인 힘을 내게 하지만, 그 대가로 모든 생체 에너지를 소진하게 만드는 금기된 처방이었다.
제문은 도준의 뒷모습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형사로서 수많은 범죄자를 보아왔지만, 도준처럼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가장 가련한 피해자인 존재는 없었다. 제문은 도준의 곁에 앉아 낡은 수첩을 꺼냈다. "도준아, 네가 이 사냥을 끝내면 내가 책임지고 이 모든 진실을 세상에 알릴게. 위원회가 국가 시스템 속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렸는지, 네가 왜 이런 괴물이 되어야 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할 거야." 제문의 약속은 도준에게 있어 유일한 인간적인 안식처였다. 도준은 조제를 마치고 검붉은 액체가 담긴 병을 제문에게 건넸다. "제가 돌아오지 못하면, 이 약을 분석해서 위원회가 남긴 다른 아이들을 치료해 주세요. 그게 제 마지막 진료예요."
최후의 적: 국가의 심장부에 숨은 설계자
위원회의 수뇌부였던 7인은 무력화되었지만, 도준은 명단의 가장 마지막 칸에 적힌 '보이지 않는 이름'을 응시했다.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위원회를 비호하고 인체 실험을 국가 예산으로 지원해온 정부 직속의 비밀 기구였다.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치부를 덮기 위해 도준과 제문뿐만 아니라,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증거를 소멸시키려 군부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심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되었고, 도준의 은신처 위로 정찰 드론의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단 몇 시간뿐이었다. 도준은 마지막 남은 은침들을 독액에 담갔다. 이 침들은 이제 누구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악의 심장을 멈추기 위한 사신의 손가락이 될 터였다.
제문은 은신처의 보안 카메라를 통해 몰려오는 검은 요원들을 확인했다. "놈들이 왔다. 도준아, 뒷문으로 나가. 여긴 내가 막을게." 제문은 형사 시절 쓰던 낡은 권총과 도준이 준 마비 침들을 챙겼다. 도준은 잠시 제문의 눈을 바라보았다. 읍내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경계심은 사라지고, 이제는 피보다 진한 동료애만이 남은 두 남자였다. 도준은 짧게 고개를 숙이고는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뒤편에서 제문의 총성과 요원들의 함성이 뒤섞이며 은신처가 불길에 휩싸였다. 도준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눈은 이제 마지막 설계자가 숨어 있는 청와대 인근의 지하 벙커를 향해 은색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34화의 결말: 맹목의 끝에서 마주할 진실
도준은 빗속을 질주하며 자신의 가슴에 마지막 은침을 꽂았다. 약기운이 전신으로 퍼지며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다. 시야는 더욱 선명해졌고, 빗방울 하나하나의 궤적이 보일 정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자신이 곧 죽을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공포는 없었다. 오히려 엄마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도준아, 이제 눈을 떠도 된단다.' 그 말은 더 이상 바보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이자,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라는 응원이었다. 도준은 요새보다 더 삼엄한 정부 비밀 기구의 입구 앞에 섰다. 수십 명의 저격수가 그를 겨누고 있었지만, 도준은 작두를 고쳐 쥐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34화의 마지막, 도준은 거대한 철문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등 뒤로 화염이 치솟았고, 도시의 모든 네온사인이 그의 마지막 사냥을 축복하듯 점멸했다. 이제 완결까지 단 6화, 도준의 생명을 담보로 한 최후의 진료가 국가의 심장부에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한편, 불타는 은신처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석구는 도준이 남긴 마지막 명단 뒷면에서 충격적인 문구를 발견했다. 거기엔 도준조차 예상치 못한 '두 번째 생존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도준의 동생일지도 모르는, 또 다른 실험체의 존재였다.
제34화 관전 포인트 및 심층 분석
이번 34화에서는 주인공 도준이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깨닫고, 복수를 넘어선 '단죄'의 단계로 나아가는 심리적 변화가 핵심입니다. 특히 다음 세 가지 포인트에 주목해 보세요.
- 도준의 인간성 회복: 단순히 살인 병기로서의 본능이 아니라, 제문과의 유대감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진료'라는 명분을 찾는 과정이 인상적입니다.
- 천마강신(天麻强神)의 복선: 금기된 비기를 시전함으로써 도준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졌음을 암시하며, 결말을 향한 비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 새로운 실험체의 등장: 명단 뒷면에서 발견된 '두 번째 생존자'의 존재는 위원회의 악행이 도준 개인에게서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반전 장치입니다.
과연 도준은 마지막 사냥을 끝내고 제문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아니면 위원회가 숨겨둔 또 다른 괴물이 도준의 앞길을 가로막을까요? 다음 화에서 국가 심장부의 거대한 음모가 밝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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