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의 덫 시즌 2 제5화 - 맹화(猛火) 속의 처방, 붉은 안개의 끝
폐교 복도의 천장에서 떨어진 불덩이가 도우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한 박사가 가동시킨 가스관은 이미 건물을 거대한 시한폭탄으로 만들고 있었다. "도우 오빠! 빨리!" 운동장 저편, 석구의 트럭에 올라탄 서린의 외침이 들렸지만 도우는 발을 뗄 수 없었다. 그의 앞에는 일기장을 노리는 백우가 검은 칼날을 비껴든 채 길을 막아서고 있었다. 주위의 모든 것이 타들어 가는 소리 속에, 두 실험체의 거친 숨소리만이 공명했다.
생사결: 학습된 데이터 vs 진화하는 본능
백우는 마치 불길 속에서도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기계처럼 무표정했다. "형, 이제 포기해. 이 건물이 무너지면 형도, 그 잘난 일기장도 다 재가 될 뿐이야." 백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신형 강화복이 윙 소리를 내며 가동되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백우의 칼날이 도우의 가슴팍을 향해 쇄도했다. 도우는 0.1초의 찰나에 몸을 비틀어 칼날을 피했지만, 백우의 왼손에서 발사된 고압 전류탄이 도우의 어깨를 강타했다. 지직거리는 소음과 함께 도우의 근육이 일시적으로 마비되었다.
도우는 바닥을 구르며 비틀거렸지만, 머릿속은 오히려 차갑게 식어갔다. 도준이 생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도우야, 의술은 병든 곳을 도려내는 게 아니라, 생존하려는 의지를 깨우는 거다. 전투도 마찬가지야. 적의 강함에 맞서지 말고, 그놈이 유지하려는 균형을 무너뜨려.' 도우는 마비된 어깨의 감각을 억지로 되살리기 위해 자신의 천주혈에 은침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자극적인 고통이 마비를 뚫고 신경계를 강제로 깨웠다. 도우의 눈이 다시금 짙은 은빛으로 타올랐다.
역전의 침선: 신경망의 붕괴
백우는 당황했다. 데이터상으로 도우의 근육은 지금 5분 이상 멈춰 있어야 했다. "말도 안 돼... 신경 마비를 자력으로 풀었다고?" 백우가 다시 칼을 휘둘렀지만, 이번에 도우는 피하지 않았다. 도우는 백우의 칼날이 자신의 옆구리를 찢고 지나가는 것을 허용하면서, 동시에 백우의 목 뒤, 시스템 제어 단자가 연결된 경추 부위에 다섯 발의 은침을 연사했다.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은침이 정교하게 단자 사이를 파고들었다.
백우의 강화복이 비명을 지르며 스파크를 일으켰다. "이게... 무슨...!" 도우가 찔러 넣은 침은 단순한 물리적 타격이 아니었다. 은침을 매개체로 도우 자신의 정전기적 신호를 백우의 신경망에 직접 주입한 '신경 역행 진동'이었다. 백우의 몸이 기괴하게 꺾이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강화된 신경계가 오히려 독이 되어 백우의 뇌를 과부하로 몰아넣고 있었다. 도우는 피를 토하며 백우를 내려다보았다. "이게 데이터에는 없는 '살고자 하는 의지'의 차이다."
5화 결말: 붕괴하는 성소, 그리고 새로운 도약
쿠르릉-! 학교 건물의 주축이 무너지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도우는 쓰러진 백우를 뒤로한 채, 무너지는 잔해를 피해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공중에서 본 폐교는 이미 거대한 불꽃의 꽃이 되어 있었다. 착지와 동시에 석구의 트럭이 도우의 옆에 급정거했다. 서린과 아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도우를 끌어올렸다. "박사님은요?" 서린의 물음에 도우는 불타는 학교 지하실을 바라보았다. 한 박사는 마지막까지 자폭 장치를 붙잡고 위원회의 데이터를 파괴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가 선택한 속죄였다.
트럭이 안개를 뚫고 산 아래로 질주할 때, 도우는 품속의 일기장을 꺼내 보았다. 일기장은 불길 속에서도 무사했다. 그리고 일기장 사이에서 작은 메모리 칩 하나가 떨어졌다. 한 박사가 마지막 순간에 도우의 주머니에 넣어둔 것이었다. 그곳엔 화이트 네트워크의 본거지와 아직 구출되지 못한 수많은 아이들의 위치가 기록되어 있었다. 5화의 마지막, 불타는 산을 뒤로한 채 도우는 서린의 손을 잡았다. 이제 보경당의 의술은 단순한 치유를 넘어, 위원회의 잔당을 완전히 도려내기 위한 '집도'로 변모하려 하고 있었다.
[제5화 심층 분석] 파괴를 통한 진정한 해방
시즌 2의 첫 번째 정점인 5화는 과거의 잔재(폐교, 한 박사)를 정리하고, 도우가 진정한 주인공으로서의 역량을 증명하는 화였습니다.
- 의학적 액션의 극대화: 자신의 마비를 풀기 위해 혈자리를 자극하고, 상대의 신경망에 정전기를 주입하는 등의 연출은 '맹목의 덫'만의 독창적인 매력을 보여줍니다.
- 한 박사의 희생: 구세대의 인물이 자신을 희생하며 신세대(도우, 서린)에게 길을 열어주는 구도는 서사적 감동을 배가시킵니다.
- 확장된 목표: 이제 도우 일행은 단순히 쫓기는 처지에서, 화이트 네트워크를 선제 타격하고 아이들을 구출하는 '해방군'의 성격을 띠게 되었습니다.
다음 화부터는 서울 도심으로 잠입하는 도우와 서린의 긴박한 첩보전이 시작됩니다. 보경당의 새로운 지점이 서울 지하 어디에 세워질지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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