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의 덫 시즌 2 제4화 - 안개 속의 성소, 버려진 아이들의 노래

석구의 낡은 트럭은 강원도 정선의 굽이진 산길을 비명 지르듯 올라갔다. 비가 그친 뒤의 산은 축축한 수증기를 뿜어내며 마치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처럼 일행을 집어삼킬 듯했다. 도우는 뒷좌석에서 떨고 있는 서린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품 안의 일기장은 도우의 체온을 받아 뜨거워진 것 같았다. "오빠, 거의 다 왔어요. 저 안개 너머에... 제가 태어난 곳이 있어요." 서린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에게 이곳은 고향이 아닌, 지우고 싶은 문신 같은 낙인이었다.

짙은 산안개가 깔린 강원도 오지의 낡고 음산한 폐교 정문 앞에 서서 내부를 응시하는 도우와 겁에 질린 서린의 모습


안개를 뚫고 나타난 유령 학교

트럭이 멈춰 선 곳은 지도가 끊긴 절벽 끝이었다. 그곳엔 30년 전 폐교되었다는 '명덕 초등학교'가 넝쿨과 이끼에 뒤덮인 채 흉물스럽게 서 있었다. 짙은 안개 때문에 운동장 끝은 보이지도 않았고, 낡은 그네가 바람에 흔들리며 끼익거리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있었다. 도우는 차에서 내려 주위를 살폈다. 겉보기엔 버려진 건물 같았지만, 도우의 예민한 후각은 안개 섞인 공기 중에서 미세한 '소독약' 냄새를 잡아냈다. 위원회의 잔재는 이 깊은 산속까지 파고들어 있었다.

"석구 형, 여기서 기다려요.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산 아래로 내려가서 제문 아저씨한테 연락해요." 도우의 당부에 석구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우는 서린의 손을 꼭 잡고 학교 정문으로 발을 내디뎠다. 녹슨 철문이 비명을 지르며 열리자, 운동장 한복판에 서 있던 낡은 세종대왕 동상의 목이 부러진 채 도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린은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으며 무릎을 꿇었다. "머리가... 머리가 너무 아파요. 너무 많은 목소리가 들려요!"

서린의 폭주와 드러나는 생존자들

서린의 '감각 동조' 능력이 이곳에 남아있는 수많은 실험체 아이들의 잔류 사념과 충돌하고 있었다. 도우는 다급히 서린의 뒷덜미에 있는 혈자리를 눌러 진정시키려 했지만, 서린의 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고 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살려줘... 뜨거워... 주사 시러..." 서린의 입에서 나온 것은 그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스러져간 이름 없는 실험체들의 절규였다. 그 순간, 폐교의 깨진 창문들 사이로 수십 개의 작은 눈동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귀신이 아니었다. 누더기가 된 옷을 입고, 몸 여기저기에 실험의 흔적인 흉터가 가득한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도우를 경계하며 복도 구석구석에 몸을 숨겼다. 그때, 복도 끝에서 휠체어를 탄 한 남자가 천천히 나타났다. 백발이 성성한 그는 한때 위원회의 수석 연구원이었으나, 도준의 어머니 유진과 함께 아이들을 빼돌리려다 하반신 마비가 된 '한 박사'였다. "결국 왔구나... 유진의 아이가 아니라, 그녀가 남긴 마지막 희생양이." 한 박사의 눈에는 슬픔과 반가움이 교차했다.

비극의 전말: 성소는 감옥이었다

한 박사는 도우 일행을 지하 밀실로 안내했다. 그곳은 겉모습과 달리 최첨단 의료 시설이 갖춰져 있었지만, 모든 장비는 낡고 부식되어 있었다. "유진과 나는 위원회를 배신하고 이곳으로 아이들을 데려왔다. 하지만 위원회는 우리를 잊지 않았지. 그들은 이곳을 파괴하는 대신, 거대한 '가두리 양식장'으로 만들었다. 화이트 네트워크의 백우가 주기적으로 와서 상태가 좋은 아이들을 수거해간다." 도우는 주먹을 쥐었다. 이곳은 성소가 아니라, 화이트 네트워크의 '신선한 재고 창고'였던 셈이다.

도우가 분노로 몸을 떨고 있을 때, 지상에서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다. 화이트 네트워크의 추적대가 기어코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다. 이번엔 백우뿐만 아니라 무장한 용병들이 학교 전체를 포위했다. "01호, 이제 놀이는 끝났다. 일기장과 아이들을 넘겨라!" 백우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한 박사는 떨리는 손으로 도우에게 낡은 열쇠 꾸러미를 건넸다. "이 학교 지하에 연구소 자폭 장치와 연결된 가스관이 있다. 도우야, 너는 아이들을 데리고 뒷산 동굴로 빠져나가라. 나는 이곳과 함께 저놈들을 지옥으로 데려가겠다."

4화 결말: 불타는 학교, 그리고 도우의 결단

도우는 망설였다. 하지만 서린이 그의 손을 잡으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오빠, 우리가 끝내야 해요. 형님이 그랬던 것처럼." 도우는 서린과 함께 공포에 질린 아이들을 하나둘씩 불러 모았다. 복도에는 이미 화이트 네트워크 용병들의 구두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도우는 소매 속에서 은침 열 발을 한꺼번에 꺼내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박사님, 약속하세요. 반드시 살아남아 아이들의 치료를 도와주겠다고. 여긴 제가 막겠습니다."

4화의 마지막, 도우는 아이들을 석구의 트럭 쪽으로 피신시킨 뒤, 홀로 타오르는 폐교의 중앙 현관에 섰다. 안개를 뚫고 나타난 백우는 광기에 찬 미소를 지으며 검은 칼날을 뽑아 들었다. 학교 건물 뒤편에서 한 박사가 작동시킨 가스가 치익 소리를 내며 새어 나오기 시작했고, 도우의 눈은 다시 한번 짙은 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백우, 오늘 여기서 네가 학습한 적 없는 기술을 보여주지." 도우의 외침과 함께 폐교 건물이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며 4화가 막을 내린다.


[제4화 심층 분석] 성소의 붕괴와 도우의 각성

이번 4화는 시즌 2의 전반부 클라이맥스로, 도우가 단순히 쫓기는 자에서 '수호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길고 밀도 있게 다루었습니다.

  • 성소의 반전: 구원의 장소인 줄 알았던 폐교가 사실은 화이트 네트워크의 관리하에 있는 '실험체 보관소'였다는 설정은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 도우의 리더십: 혼자 싸우던 도준과 달리, 도우는 아이들을 지키고 한 박사와 협력하며 '팀'의 리더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한 박사의 등장: 과거 위원회의 내부 배신자였던 한 박사는 도우에게 어머니의 진심을 전달하는 메신저이자, 화이트 네트워크에 타격을 줄 조력자로 활약합니다.
  • 폭발하는 긴장감: 자폭 장치와 백우의 포위망이라는 이중의 위기 상황은 다음 화에 대한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화염 속에서 시작될 도우와 백우의 진검승부! 과연 아이들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요? 제5화 '불꽃 속의 진료'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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