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의 덫 시즌 2 제2화 - 백색의 그림자, 엇갈리는 침선(鍼線)

지하 요양원의 복도는 방금 터진 소화 가스와 붉은 경보등이 뒤섞여 기묘한 안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안개 속에서 걸어 나오는 백우의 모습은 마치 유령과도 같았다. 도우는 등 뒤의 소녀 서린을 보호하며 자세를 낮췄다. 백우의 손가락 사이에서도 도우의 것과 닮은, 하지만 훨씬 차갑게 빛나는 특수 합금 침들이 번뜩였다. "형, 07호의 데이터가 그렇게 대단하다면서? 근데 내가 보기엔 그냥 유통기한 지난 고기 덩어리 같은데." 백우의 도발과 함께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푸른 조명이 감도는 차가운 요양원 지하 복도에서 은침을 손에 쥐고 서로를 꿰뚫을 듯 응시하며 격돌하기 직전인 도우와 백우의 대립 장면


엇갈리는 감각: 속도와 정교함의 대결

백우가 던진 세 발의 침은 도우의 안구를 정확히 겨냥했다. 도우는 고개를 짐승처럼 비틀어 침을 피함과 동시에 반격의 침을 날렸다. 챙-! 공중에서 은침들이 맞부딪히며 불꽃을 튀겼다. 도우는 경악했다. 도준에게서 배운 최적의 궤적을 백우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차단해버린 것이다. "놀랐어? 화이트 네트워크는 형의 모든 전투 기록을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학습시켰거든. 형이 어디를 찌를지, 다음에 어디로 움직일지 이미 내 머릿속에 다 있어." 백우는 비웃으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왔다.

백우의 공격은 도준의 묵직함과는 달랐다. 그것은 마치 신경계를 직접 갉아먹는 독충처럼 빠르고 집요했다. 도우는 백우의 손날이 자신의 목줄기를 스칠 때마다 신경이 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백우의 침끝에는 화이트 네트워크가 개발한 최신 마비제 '실버 더스트'가 묻어 있었다. 도우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상대가 데이터로 자신을 읽는다면, 데이터에 없는 수를 두어야 했다. 도우는 일부러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는 강수를 뒀다. 백우의 침이 도우의 어깨에 박히는 찰나, 도우는 백우의 손목을 낚아챘다.

보경당의 비기: 역행(逆行)의 침술

백우의 눈이 처음으로 크게 흔들렸다. 도우는 자신의 몸에 박힌 침을 무시하고, 백우의 팔꿈치 안쪽 곡지혈에 자신의 은침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데이터? 그건 과거의 기록일 뿐이야. 내가 형에게 배운 건 기록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마음이다." 도우가 침을 비틀자 백우의 팔이 기괴하게 뒤틀리며 경련했다. 그것은 도우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경 역행' 기술이었다. 억지로 강화된 백우의 신경계에 과부하를 걸어 스스로를 파괴하게 만드는 처방이었다. 백우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고통에 일그러진 백우의 얼굴 위로 핏줄이 돋아났다. "이... 이 쓰레기 같은 실패작이!" 백우가 발광하며 품 안에서 고농도 강화제를 꺼내려 할 때, 요양원 위층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제문이 미리 설치해둔 우회 회로가 작동하며 요양원의 시스템이 셧다운되기 시작한 것이다. 어둠이 내려앉자 도우는 망설임 없이 서린을 안아 들었다. 지금은 백우를 죽이는 것보다 서린의 안전이 우선이었다. "진료비는 나중에 청구하마. 네 그 일그러진 신경계까지 말이야." 도우는 연막탄을 터뜨리며 비상구로 몸을 날렸다.

2화의 결말: 빗속의 탈출, 그리고 밝혀진 서린의 정체

요양원을 빠져나온 도우는 대기하고 있던 석구의 차에 몸을 실었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져 세상을 씻어내고 있었다. 뒷좌석에서 떨고 있는 서린을 바라보던 도우는 그녀의 손목에 새겨진 문양을 발견하고 숨을 멈췄다. 그것은 위원회의 로고가 아니었다. 도준의 어머니가 남겼던 보경당의 옛 인장과 흡사한 모양이었다. 서린이 도우의 옷자락을 잡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오빠... 보경당에... 엄마의 일기가 숨겨져 있어요. 화이트 네트워크가 찾는 건 나뿐만이 아니에요."

3년 전 도준이 파괴했던 위원회의 유산은 생각보다 더 깊고 어두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도우는 차창 밖으로 멀어지는 요양원을 보며 다짐했다.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자신이 짊어진 은침의 무게는 이제 더 무거워질 것임을. 2화의 마지막, 도우를 놓친 백우가 지하실 잔해 속에서 일어나 통신기에 대고 나직하게 보고했다. "01호 확인. 그리고... 보경당의 진짜 유산을 찾았습니다. 추적을 시작하죠." 다시 시작된 사냥, 도우와 서린의 위험한 동행이 시작되고 있었다.


제2화 관전 포인트 및 심층 분석

시즌 2 제2화는 주인공 도우와 그의 거울 쌍둥이 같은 숙적 백우의 첫 대결을 통해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렸습니다.

  • 데이터 vs 의지: 백우가 인공지능과 데이터로 무장한 '기계적 병기'라면, 도우는 도준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유동적으로 대처하는 '인간적 파수꾼'의 면모를 보입니다.
  • 도우의 독자적 기술: 도준의 기술을 단순히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대의 강화된 신경계를 역이용하는 '신경 역행'이라는 새로운 액션 메커니즘을 도입했습니다.
  • 서린의 미스테리: 서린이 단순히 구출 대상이 아니라 보경당의 과거와 깊게 연관된 인물임이 밝혀지며, 시즌 2의 전체적인 목표가 '보경당 유산의 수호'로 확장됩니다.

과연 도우는 추격해오는 백우를 따돌리고 보경당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다음 화에서는 읍내 보경당으로 돌아온 도우 일행의 숨 막히는 잠입 작전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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