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의 덫 제11화 - 피로 쓴 모성애, 죄를 삼키는 우물
폭우가 쏟아지는 약재상의 마당, 빗물은 바닥에 고인 핏물과 섞여 기괴한 분홍빛 소용돌이를 만들며 하수구로 흘러들고 있었다. 병원을 탈출해 만신창이가 된 엄마는 대문 앞에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아들 도준은 엄마의 작두를 든 채 시신들 사이에서 평온하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엄마가 평생 보아온 순수한 아들의 것이었지만, 그가 저지른 행위는 인간의 상식을 아득히 넘어선 것이었다. 엄마는 가슴을 짓누르는 통증보다 더 날카로운 절망을 느꼈다. 자신이 지키려 했던 아들의 순수함은 이미 그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잔혹한 본능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괴물이 된 아들을 품에 안다
"도준아... 이게 다 무슨 일이니..." 엄마의 목소리는 빗소리에 묻혀 가냘프게 떨렸다. 도준은 다가와 엄마의 환자복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속삭였다. "엄마, 이 아저씨들이 엄마 수첩 뺏으러 왔어. 내가 엄마 보물 지켰어. 나 잘했지?" 도준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가책도 없었다. 그는 엄마가 자신을 위해 고물상 노인을 해쳤을 때 느꼈던 그 '필연적 폭력'을 정답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엄마는 피칠갑이 된 아들의 손을 잡고 무너져 내렸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저질렀던 모든 기만과 살의가 부메랑이 되어 아들의 영혼을 관통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도준의 얼굴에 튄 피를 닦아내었다. "그래, 도준아. 네가 우리 보물을 지켰구나. 하지만 이제 이건 다 엄마가 할 일이야. 넌 아무것도 안 본 거야. 알겠지?" 엄마는 수술 부위가 터져 흘러나오는 피를 움켜쥐고 시신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칠순을 앞둔 노구라고는 믿기지 않는 초인적인 힘이었다. 그녀는 시신들을 약재상 뒤편의 깊고 어두운 폐우물로 밀어 넣었다. 무거운 시체가 물에 빠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릴 때마다 엄마의 영혼도 함께 가라앉았다. 그녀는 아들이 지은 죄를 자신의 몸 안으로 집어삼키고 있었다.
도준은 그런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슬픔도, 기쁨도 아닌, 마치 관객이 연극의 결말을 지켜보는 듯한 서늘한 시선이었다. 엄마는 마당의 핏자국을 지우기 위해 독한 염산과 약재 가루를 뿌리고 빗물로 씻어냈다. 손톱이 깨지고 무릎이 까졌지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이 비가 그치기 전에, 세상이 깨어나기 전에 아들의 흔적을 지워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새벽안개가 걷히기 시작할 무렵, 약재상은 기괴할 정도로 정돈되었으나 그 공기 속에는 씻기지 않는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엇갈린 자백과 뒤바뀐 희생자
아침이 밝자, 병원을 탈출한 엄마를 수배하던 경찰들이 약재상을 덮쳤다. 형사 제문은 마당에 서 있는 엄마의 환자복이 피로 붉게 물든 것을 보고 직감적으로 수갑을 꺼냈다. "아줌마,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겁니까?" 제문의 물음에 엄마는 힘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내가 다 죽였소. 그놈들이 우리 도준이를 해치려 하길래 내가 작두로 다 썰어버렸소." 엄마의 자백은 너무나 구체적이었고, 그녀가 미리 현장에 남겨둔 지문과 혈흔들은 모두 그녀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경찰들은 가녀린 노파가 건장한 남자들을 처리했다는 사실에 경악했지만, 눈앞의 증거를 부정할 수 없었다.
도준은 방 안에서 잠든 척하다가 소란에 깬 듯 밖으로 나왔다. 그는 경찰들에게 끌려가는 엄마를 보며 목놓아 울었다. "엄마! 왜 그래! 아저씨들, 우리 엄마 어디로 데려가요!" 도준의 오열은 너무나 간절해서 현장에 있던 경찰들조차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엄마는 호송차 뒷좌석 유리창 너머로 아들을 바라보며 몸서리쳤다. 도준은 울고 있었지만, 그의 손가락은 엄마만이 알아볼 수 있는 은밀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엄마가 가르쳐준 약초의 배합 순서를 나타내는 손동작이었다. '비밀은 지켜졌고, 나는 자유롭다'는 악마적인 선언이었다.
엄마는 차가 출발하는 순간, 아들의 입술이 미세하게 호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감옥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아들이 쳐놓은 거대한 거미줄에 스스로 걸어 들어간 것임을 깨달았다. 이제 읍내에서 도준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엄마는 수갑을 찬 채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자신이 지옥에 감으로써 아들이 평온을 얻기를 바랐으나, 그녀가 떠난 읍내에는 이제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괴물이 왕좌에 앉게 된 셈이었다. 호송차의 사이렌 소리가 멀어질수록, 약재상의 안개는 더욱 짙게 고여만 갔다.
새로운 주인이 된 아들과 남겨진 유산
경찰들이 모두 떠나고 정막이 찾아온 약재상, 도준은 마당 한가운데에 서서 엄마의 빈자리를 응시했다. 그는 더 이상 바보처럼 웃지 않았다. 도준은 엄마가 작업하던 평상 밑에서 그 치부책과 은침통을 꺼냈다. 그는 엄마가 가르쳐준 혈자리 지도를 벽에 붙이고, 그 위에 읍내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둘씩 써넣기 시작했다. "엄마, 걱정 마. 내가 읍내 사람들 나쁜 기억 다 지워줄게. 엄마가 했던 것처럼 똑같이." 도준의 목소리는 소름 끼칠 정도로 단호하고 차가웠다. 그는 이제 단순한 살인자가 아니라, 읍내 전체를 자신의 실험실로 삼으려는 포식자로 거듭나고 있었다.
도준은 엄마의 작두를 정성스럽게 갈기 시작했다. 슥, 슥, 숫돌에 날을 세우는 소리가 고요한 새벽 공기를 갈랐다. 그는 알고 있었다. 국회의원의 잔당들이 다시 올 것이며, 그들이 오면 이번에는 더 완벽한 '환영 인사'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을. 도준은 엄마가 남긴 마지막 한약재 봉투를 열어 자신만의 새로운 비방을 제조했다. 그것은 망각이 아니라, 공포를 극대화하는 약이었다. 읍내의 전설은 이제 '미친 엄마'에서 '잔혹한 아들'로 이어지며 더 깊은 심연으로 침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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