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의 덫 제10화 - 포식자의 침묵과 첫 번째 사냥

읍내의 밤은 평소보다 깊고 습했다. 국도변에 멈춰 선 검은색 고급 세단에서는 세련된 정장만큼이나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세 남자가 내렸다. 그들은 중앙 권력이 보낸 소위 '청소부'들이었다. 국회의원의 몰락은 막지 못했으나, 그가 남긴 치부책과 소녀의 휴대폰 속에 담긴 결정적 증거물만큼은 반드시 회수해야 했다. 그들에게 이 한적한 시골 읍내의 약재상을 터는 일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과업처럼 보였다. 목표는 단 하나, 텅 빈 약재상을 지키고 있는 어수룩한 아들 도준을 제거하고 수첩을 찾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치명적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맹목적인 모성이 남긴 유산이 도준의 혈관 속에 어떤 식으로 독처럼 퍼져 각성하고 있는지 말이다.

안개 속의 침입자, 뒤바뀐 사냥의 서막

해결사들은 약재상 보경당의 뒷담을 능숙하게 넘었다. 그들은 도준이 평소처럼 방 안에서 멍하니 TV나 보고 있거나,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약재상 안은 칠흑 같은 어둠과 정적만이 감돌았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공간 속에서 그들은 미세한 위화감을 느꼈다. "어디 갔지? 분명히 안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했는데." 리더 격인 남자가 무전기에 대고 낮게 읊조리는 순간, 머리 위 천장에서 기괴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서걱, 서걱. 엄마가 약초를 썰 때 나던 그 규칙적이고도 서늘한 작두질 소리가 어둠 속에서 환청처럼 울려 퍼졌다. 소름 끼치는 소리에 해결사가 고개를 든 순간, 천장 대들보에 고양이처럼 매달려 있던 도준이 소리 없이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도준의 움직임은 평소 사람들이 비웃던 그 둔탁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엄마가 평생 공들여 가르쳐준 약초의 독성과 인체의 혈자리에 대한 지식을 본능적으로 비틀어 사용하고 있었다. 해결사가 당황하며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려 했지만, 도준의 손은 그보다 수 배는 더 빨랐다. "아저씨, 우리 엄마가 모르는 사람은 집에 함부로 들이지 말랬는데. 아저씨 나쁜 사람이지?" 도준의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던 은침이 해결사의 목 뒤 대추혈을 정확하고 깊숙하게 찔렀다. 남자는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온몸의 근육이 이완되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도준은 쓰러진 남자의 주머니를 뒤져 탄창을 빼내고는, 마치 보물 찾기에서 이긴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남은 해결사 두 명은 동료의 연락이 끊기자 당황하며 약재상 안방으로 들이닥쳤다. 그곳에는 도준이 정성스럽게 차려놓은 '기괴한 손님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낡은 목재 탁자 위에는 향이 지독하게 강한 한약재 차가 김을 내뿜고 있었고, 그 옆에는 엄마가 숨겨왔던 수첩 하나가 마치 미끼처럼 놓여 있었다. "이게 그 수첩인가?" 탐욕에 눈이 먼 해결사가 수첩을 집어 드는 순간, 방 안 가득 채워져 있던 차 향기에 섞인 무색무취의 환각 성분이 그들의 신경계를 마비시키기 시작했다. 도준은 이미 엄마가 장롱 깊숙이 숨겨두었던 '망각의 약'과 신경 마비제를 치사량으로 배합해 방 안의 향로에 미리 피워둔 상태였다. 공기는 무거웠고, 그들의 이성은 빠르게 마비되어 갔다.

약재상 지하실의 비밀과 두 번째 제물

해결사들은 벽동에 부딪힌 파리처럼 비틀거리며 벽을 짚고 섰다. 그들의 눈에는 방 안의 가구들이 괴물처럼 일그러져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어둠 속에서 도준이 천천히, 아주 느린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는 엄마가 수십 년간 수만 번의 약초를 썰어내며 날카롭게 갈아둔 무거운 작두날이 들려 있었다. "우리 엄마가 이거 갈 때마다 얼마나 팔이 아팠는지 알아요? 나쁜 기억은 이렇게 썰어버려야 한대요." 도준의 눈빛은 더 이상 지적 장애를 가진 청년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이 지켜야 할 영토와 엄마의 유산을 침범한 침입자를 처단하는 포식자의 잔혹한 안광이었다. 환각에 빠진 해결사들의 눈에는 도준의 등 뒤로 피투성이가 된 채 기괴하게 춤을 추는 엄마의 환영이 겹쳐 보였다.

도준은 망설임 없이 작두날을 내리쳤다. 그 동작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엄마의 작두질처럼 숙련되어 있었다. 찢어지는 비명 소리는 방 안을 가득 채운 두꺼운 약재 냄새와 빗소리에 묻혀 담장 밖으로 단 한 조각도 새 나가지 않았다. 그는 엄마가 평생을 바쳐 일궈온 신성한 약재상을 피로 물들이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푼 아이처럼 개운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사냥이 끝난 뒤, 도준은 마당의 수돗가로 나가 태연하게 손을 씻었다. 붉은 물이 하수구로 꾸역꾸역 흘러 들어가는 것을 보며 도준은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를 떠올렸다. '도준아, 깨끗하게 씻어야지. 그래야 우리 착한 아들이지.'

같은 시각, 읍내 병원의 폐쇄적인 중환자실. 여러 대의 의료 장비와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간신히 숨을 내쉬던 엄마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간호사가 차트를 확인하러 들어왔을 때, 침대 위에는 가위로 거칠게 잘려 나간 호흡기 줄과 빗물이 들이치는 열린 창문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엄마는 의식이 혼미한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이다. 자신의 아들이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아들을 다시 끌어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빗속으로 몸을 던진 엄마는 비틀거리며 약재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디뎠다.

빈 병실과 사라진 어머니, 엇갈린 운명의 끝

읍내의 안개는 이제 도준과 엄마, 그리고 살아남은 권력의 잔당들을 하나의 거대한 함정 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약재상 마당에 우뚝 선 도준은 대문 밖에서 들려오는 아주 익숙하고도 가냘픈 발소리를 포착했다. 발을 끄는 소리, 거친 숨소리. 그것은 도준이 태어날 때부터 들어온 엄마의 리듬이었다. "엄마야?" 도준이 천천히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에는 피 묻은 환자복을 입고 안개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난 엄마가 서 있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예전의 순진하고 어수룩한 아들이 아니었다. 손에 피 묻은 작두를 든 채, 시신들 사이에서 기괴하게 웃고 있는 '자신이 만든 괴물'이었다.

엄마는 차오르는 눈물을 억누르며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 저지른 자신의 모든 행위가 결국 아들을 이토록 완벽한 살인 병기로 진화시켰다는 사실에 그녀의 심장은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도준은 엄마를 향해 달려가 품에 안겼다. "엄마, 이제 걱정 마. 내가 다 해결했어. 이제 우리 집에 가서 같이 자자." 도준의 품에서는 피 냄새와 약재 냄새가 뒤섞여 났다. 엄마는 아들의 등을 두드리며 결심했다. 이 아이를 이대로 둘 수 없으며, 동시에 이 아이가 지은 죄까지 모두 자신이 짊어지고 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읍내의 모든 가로등이 일시에 깜빡이다 꺼졌고, 모자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것은 구원의 끝이자, 또 다른 비극의 위대한 서막이었다.

흰 시트만 덩그러니 남은 채 주인이 사라진 병실 침대와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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